“미켈란젤로는 유작 ‘론다니니 피에타’에서 마리아가 예수님을 뒤에서 부축하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그런데 조각상은 마치 예수님이 마리아를 업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우리는 신음하는 이웃을 품에 안으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이 우리를 업어주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세월호 속에서 희생당한 304명의 희생자들은 이 시대에 ‘인간됨’을 묻는 물음표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김기석(서울 청파감리교회) 목사는 13일 경기도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목사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와 작은 십자가 조각상이 놓인 테이블 앞에서 차분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로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세월호를 집어 삼킨 바다가 다시 수평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세상은 평온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잊어도 하나님은 잊지 않으십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729일이 지났지만 400명이 넘는 이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이날 예배에 참석했다. 세월호 속에 9명의 미수습자가 아직 남아 있고,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모’는 이르다고 판단해 ‘2주기 예배’로 명명했다.
김 목사는 ‘침묵하는 교회’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슬픈 건, 이 땅에 있는 수많은 교회들이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하나님의 이름을 찬미하는 소리는 높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고통 받는 이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누군가는 이 사건을 망각의 강물 속에 띄워 보내고 싶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며 “‘왜 하나님은 그들을 돕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비틀거릴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억울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그들의 희생을 의미 있게 바꾸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산=이용상 기자
“304명의 희생자들, 우리에게 ‘인간다움’에 대해 물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
입력 2016-04-14 18:42 수정 2016-04-15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