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격적인 투자와 가격 출혈 경쟁을 벌였던 소셜커머스들의 영업 실적이 전년보다 더 악화됐다. 매출은 크게 늘어났는데도 오히려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어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을 운영하는 포워드벤처스는 14일 쿠팡이 지난해 547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사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5200억원 수준이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1452억원, 142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3개 업체의 적자 규모를 합하면 8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2014년 쿠팡은 1215억원의 적자를 냈고 티몬과 위메프도 각각 246억원, 29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최초로 1조원을 넘긴 1조1337억원을 기록했다. 쿠팡 매출은 2012년 845억원, 2013년 1464억원, 2014년 348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3배 이상 껑충 뛴 것이다. 이는 기존 오픈마켓인 G마켓과 옥션 등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 등으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 매출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덩치를 키워 장사를 잘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남는 장사’를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적자폭 확대는 예견됐던 상황이다. 특히 쿠팡은 24시간 내 상품을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실시하면서 배송직원을 정직원으로 고용해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게다가 2017년까지 로켓배송에만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물류센터 21곳도 짓게 된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소셜커머스를 겨냥한 ‘가격의 끝’ 행사를 진행하는 등 출혈 경쟁으로 소셜커머스들의 부담도 가중됐다. 이마트는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소셜커머스에서 강세를 보이는 품목 위주로 최저가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마트의 최저가에 맞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광고 선전과 할인 이벤트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 역시 쿠팡이 성공한 방식인 ‘직매입’(직접 물건을 구매해 판매와 배송 실시)으로 일부 제품을 운영하겠다고 밝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투자로 인한 적자인 만큼 경영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적자폭이 크긴 하지만 로켓배송으로 인한 인건비와 물류센터 비용이 전체 89%를 차지하는 등 ‘계획된 적자’”라고 말했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지난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손실 액수에 다들 놀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무리한 투자를 계속할 경우 결국 시장에서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적자폭탄’ 속 출혈경쟁… 벼랑 끝에 선 소셜커머스
입력 2016-04-14 19:05 수정 2016-04-1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