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휴일을 맞아 관람객들이 평소보다 많이 몰려들었다. 다양한 기획전 가운데 이날 개막한 프랑스 작가 질 바비에(51)의 국내 첫 개인전 ‘에코(Echo) 시스템’에 특히 관심이 쏠렸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전시로 문학과 과학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회화, 드로잉, 설치 작품 100여점을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전시작품 중 성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보호자의 관람 지도가 필요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한 주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순간 당황했다. 얼굴 모양의 설치 작품에 남자의 성기가 여러 개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을 모델로 삼아 난쟁이 모습을 표현한 ‘폰’(Pwan·체스의 졸) 시리즈 중 하나로 ‘인간 주사위’라는 제목을 붙였다. 주사위의 1∼6 숫자를 표시하는 점 대신 남성의 성기를 달았다. 작가는 “주사위를 던질 때 예측할 수 없는 숫자가 나오는 것처럼 성기가 구를 때마다 뭔가 새롭고 창조적인 것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어떤 흔적, 출생, 출산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다.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각종 매체와 광고를 비판하는 ‘바나나가 박힌 머리’, 입속에서 말풍선이 터져 나오는 형상을 통해 예술가들의 오만한 태도를 비꼬는 ‘다변증’, 이끼와 버섯 등 식물을 작가 자신의 몸과 엮어낸 ‘조용한 남자’ 등이 놀라움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일부 관람객은 “너무 적나라하고 흉물스럽다. 자녀들과 함께 보기에 민망하다”고 지적한 반면 일부 관람객은 “예술인데 뭐 어떠냐. 상상력과 자유가 넘치는 작품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람객은 “19금 작품이 있는 경우 관람안내 문구만 써 놓을 게 아니라 관람객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좀 더 친절한 서비스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7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질 바비에 개인전 ‘화끈한 반응’… “보기에 민망” vs “상상력·자유 넘치는 작품”
입력 2016-04-14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