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그킥(Leg Kick). 일명 ‘외다리 타법’이라고 한다. 오른손 타자의 경우 공을 때릴 때 왼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취하는 형식이다.
레그킥은 장·단점이 명확한 타격 방법이다. 공을 때릴 때 왼발이 내딛는 힘을 이용해 공을 더 멀리 날릴 수 있는 반면, 발을 들고 내리는 동작 때문에 심하게 중심이 흐트러져 강속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 타석 예비자세에서 왼발을 들고 있어 타격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런데 이런 레그킥으로 무장한 한국 선수들이 야구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이어 올 시즌에는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까지 가세해 결정적 한 방을 터트리고 있다. 가히 ‘레그킥의 역습’이라 할 만하다.
이대호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2점짜리 대형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팀이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상대 좌완투수 제이크 디크맨를 통타했다. 구단 사상 첫 신인 대타 끝내기 홈런이었다. 특히 시속 156㎞짜리 패스트볼을 엄청난 레그킥으로 때려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대호의 타격 자세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크게 레그킥을 한다”고 평하고 있다.
앞서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도 레그킥으로 아롤디스 채프먼(현 뉴욕 양키스)의 시속 161㎞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총알 같은 안타를 때렸다. 강정호는 지난해 이 레그킥으로 15개의 홈런을 쳤다. 9월 무릎을 다치지 않았다면 20홈런 이상을 쳤을 페이스였다.
두 선수는 레그킥의 ‘단점’을 유연성과 적응 능력으로 ‘장점’으로 바꿔 놨다.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뛸 때 자신만의 레그킥 타법을 완성했다. 시즌 개막 후 1할대의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오자 레그킥을 다듬었고, 일본 최고의 타자가 됐다. 그의 타격은 최고의 유연성을 자랑한다. 물 흐르듯 배트에 시동을 걸고, 레그킥으로 풀 스윙을 하는 것이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미국에서는 직구조차도 똑바로 들어오는 공이 없는데 이대호는 스윙이 부드럽고 정말 빠르다”며 “또 오른발을 회전축으로 삼아 레그킥을 하기 때문에 변화구에도 대응을 잘한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3안타 가운데 2개를 홈런으로 기록했다.
이대호보다는 다소 유연성이 떨어지는 강정호는 철저한 상대투수 분석과 상황에 따른 레그킥 조정으로 메이저리그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에는 레그킥으로 일발 장타를 노리고,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정확도 높은 타격을 위해 두 발을 땅에 붙이고 공을 기다리는 것이다.
미국 선수 중에서도 레그킥으로 단점을 극복해 최고에 도달한 사례가 있다. LA 다저스의 주전 3루수 저스틴 터너(30)가 대표적이다. 2013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터너는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레그킥 자세를 가다듬었다. 모든 타격코치들이 “살아남으려면 레그킥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는 상체 흔들림을 줄이는 방법으로 ‘하이 레그킥’을 구사했다. 이에 수년 동안 여러 팀을 전전하며 0.260에 불과하던 타율은 이듬해 0.327로 치솟았고, 지난해에는 0.294 타율에 16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현역 시절 레그킥 스윙으로 유명했던 장성호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다리를 들 때 무게 중심이 살짝 뒤쪽으로 이동시켜 스윙하는 반면 터너는 다리를 든 상태에서 공을 주시하고 타격 타이밍을 잡는다”며 “이대호나 터너나 각각 확신을 갖고 완성한 타격 폼이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모규엽 김철오 기자 hirte@kmib.co.kr
코리안 레그킥의 역습… 이대호·강정호 ML서 승승장구
입력 2016-04-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