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부르는 ‘세월호’ 엄마아빠들의 노래 “너는 어느 별이 되었을까”

입력 2016-04-14 18:44 수정 2016-04-15 14:47
경기도 안산합동분향소에서 13일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에서 416가족합창단이 ‘어느 별이 되었을까’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지난 11일 김희송 안산문화재단 본부장과 함께 연습하는 모습. 안산=강민석 선임기자, 전호광 인턴기자
“서쪽 하늘에 있나. 어느 별이 되었을까. 내 어깨에 내려앉는 이 별빛 네 손길인가. 어느 별이 되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새벽이 일렁이는 저 바다에 사랑하는 내 별이 뜬다. 지지 않을 내 별이 뜬다.”

가사는 2년 전 세월호와 함께 자식을 차가운 바다에 보낸 부모가 아이에게 전하는 이야기였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예배’가 열린 13일 416가족합창단 19명의 노랫소리가 어둠이 짙게 깔린 경기도 안산합동분향소의 적막을 깼다. 이들이 부른 ‘어느 별이 되었을까’는 이소선합창단이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하며 만든 곡이다.

멜로디가 더해진 언어엔 힘이 있었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예배에 참석한 400여명은 숨을 죽였다. 노래를 마친 뒤 희생자 이창현군의 엄마 최순화씨가 입을 열었다.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이 저희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세월호 속에 남아있는 9명은 가장 밝은 샛별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가 입은 노란색 티셔츠엔 희망나무가 그려져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자주 모여서 노래를 했다. 그러면 응어리진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지난해 8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500일을 추모하는 공연을 한 뒤 416가족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합창단을 꾸렸다. 전체 단원 25명 중 유가족이 15명이다. 평화의나무합창단 8명과 장로회신학대 학생 등도 참여했다. 최씨는 “노래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면 무거웠던 마음이 회복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분향소 안 컨테이너 가건물에 마련된 ‘기독교 예배실’에서 연습을 한다. 지난 11일 분향소를 찾았을 때도 이들의 노랫소리는 선박처럼 단단한 철제 컨테이너를 뚫고 밖으로 흘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끝까지 함께 하기로 약속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희망나무 그림이 그려진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다.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 젊은이공동체에서 전달한 것이다. 단원들은 거의 다 가방이나 옷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목요일마다 분향소에서 기도회를 진행하는 김영명 목사가 건반을 쳤다. 지휘를 하던 김희송 안산문화재단 본부장은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노래에 집중해야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며 “꽃처럼 가볍게 소리를 내라”고 주문했다.

합창단은 1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뉴안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세월호 희생자 추념음악회 ‘리멤버 포에버’ 무대에 오른다.

노래는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하고 있는데 세월호 2주기를 맞은 이번 달에는 9번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희생자 최윤민양의 엄마 박혜영(53)씨는 “아픔 있는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하니 세월호 아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던 이들도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다”고 말했다. 안산=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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