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겉으론 자성 ‘내부선 네탓’

입력 2016-04-14 20:54

122석.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받아든 성적표다. 당내에선 180석을 확보해 ‘식물 국회’ 주범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는 연초의 호기(豪氣)는 간데없고 상대 계파를 향한 무책임한 ‘책임론’만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잠시의 자숙 시간 후 벌어질 계파 간 당권 전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은 14일 총선 참패를 ‘주류의 책임’으로 돌렸다. 특히 국정운영뿐 아니라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무리한 공천 모두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작품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한 비박계 의원은 “공천 당시 ‘이대로 가면 필패’라고 수도권 의원들이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목한 ‘배신의 정치’를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친박계가 공천 학살을 자행해 민심이 급격히 이반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명분을 들어 비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을 자행하고,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공천을 미루며 탈당으로 내몬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총선 패배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계)이라는 후보들을 텃밭 대구에 대거 투하한 점과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이 김 대표를 향해 “죽여버려”라는 막말을 쏟아낸 것이 친박 심판론, 크게는 정권 심판론의 도화가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의 정치 기반이자 여권 텃밭인 부산에서 5개 의석을 야당에 헌납하고, 선거운동 기간 집중 유세를 편 수도권에서 완패한 것은 전적으로 김 대표 책임이라고 말한다. 또 여당 대표가 벌인 ‘옥새 투쟁’을 통해 내부 난맥상을 외부에 고스란히 내보인 점 역시 김 대표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김 대표가 이 위원장과 공천을 놓고 끊임없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여권 공천 과정의 한심한 모습을 여과 없이 유권자들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한국정치 상황에 맞지 않는 100% 상향식 공천을 밀어붙인 것도 ‘공천 파동’을 키운 측면이 크다”고 했다.

이처럼 공천 파문의 원인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한 만큼 당권 경쟁에서도 총선 패배 책임론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결국 최종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민심 이반을 확인한 이상 친박계 분화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친박이 60%라고 하지만 결국 6%만 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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