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민주, 승리 만끽보다 당체질 개선이 먼저다

입력 2016-04-14 17:36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123석을 얻어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1당이 된 것은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결과다. 평가받을 만한 선전이다. 새누리당의 오만방자함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주된 원인이긴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나름대로 노력 등이 있었기에 더민주가 환호작약할 만하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자세히 뜯어보면 승리를 만끽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라는 점을 더민주 구성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우선 123석 획득이 온전히 자력에 의한 성적이 아니다.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사표 방지 심리 등의 요인으로 더민주를 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더민주가 못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둘째 정당득표율에서 국민의당에 근소하게 뒤졌다. 이는 야권 지지자 중 상당수가 더민주를 완전한 제1야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도권 지역구에서 후보 지명도 등의 이유로 국민의당 후보를 압도했으나 정당투표에서는 교차 선택을 한 것이다. 더민주에 등을 돌린 야권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 호남에서의 완패는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이다. 더민주가 대선을 앞두고 가장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호남의 지지가 없으면 차기 대선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호남의 지지 철회는 야권 분열로 이어졌다. 핵심 원인은 친노·운동권 체질의 당으로 운영됐기 때문이었다.

친노·운동권 체질을 벗어나겠다는 어느 정도의 노력, 여당의 오만함 등이 어우러진 승리는 그래서 위태위태하다. 더민주가 이 승리를 유지하려면 당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20대 국회 들어서는 선거 때문에 잠잠했던 친노·운동권 의원 및 당원들이 다시 당권을 접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더민주가 체질 개선에 실패하면 외연을 확장할 수 없다. 그러면 정권교체 희망은 사라진다. 또다시 익숙하게 패배하고, 하던 대로 반대만 일삼으며, 적당히 기득권만 즐기는 무책임한 제1야당밖에 할 수 없다. 그러면 민심은 역으로 더민주에 분노할 것이다. 더민주가 승리에 안주한 채 내부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대선을 앞두고 야권 재편 과정에서 지금보다훨씬 쪼그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