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통령, 소통과 혁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

입력 2016-04-14 17:37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별명이 무색해진 4·13 총선이다. 여당의 과반의석 획득은 고사하고 원내 제1당 지위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박 대통령도 선거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게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14일 일체의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다. 청와대가 느끼는 선거 참패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박 대통령은 선거 전날까지 국회심판론을 제기했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 정부·여당이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유권자는 야당이 아닌 정권을 심판했다.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누적된 피로감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국내외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박 대통령은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내 탓은 없고 네 탓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여당의 참패로 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차질을 빚게 됐다. 의회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간 20대 국회에서는 19대와 같은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정책 수행에 필요한 입법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여당 단독으로는 단 한 건의 안건도 처리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다. 당장 박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4대 개혁이 문제다. 16년 만의 여소야대로 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는 직권상정을 통한 우회전략도 더 이상 쓸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바뀌어야 하는 까닭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청와대 논평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야당을 대하는 청와대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야당을 심판의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대하라는 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주저할 여유가 없다.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 소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다.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은 불가피해 보인다. 설상가상 국정 운영의 또 다른 축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등 지도부 공백상태다. 의회권력을 잃은 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총선 표심대로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인적 쇄신을 포함한 대규모 혁신에 나선다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임기는 1년10개월 남았다. 그냥 주저앉기에는 잔여 임기가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