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총선도 ‘태후’도 끝났지 말입니다

입력 2016-04-15 00:00

KBS 로맨틱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와 20대 총선 막장 드라마는 우연찮게도 시작 시점이 엇비슷했다. 16부작 수목극인 태후 첫회 방영일이 2월 24일이었는데 여권 암투극도 다음날 막이 올랐다. 새누리당 정두언이 현역의원 40여명의 공천 살생부 얘기를 대학 교수로부터 들었다는 날이 바로 25일. 여당 친박과 비박의 피비린내 나는 패권 싸움 신호탄이 올라간 것이다.

태후는 송중기 신드롬을 낳으며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첫회 14.3%로 출발한 시청률은 9회(3월 23일) 만에 30%를 넘었다. 미니시리즈의 시청률 30% 돌파는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이다. 이처럼 놀라운 기록을 낸 날, 유승민은 “시대착오적 정치보복에 분노한다”며 탈당한다. 살생부 파동, 막말 통화 녹취 파문, 비박계 학살 등으로 이어진 막장 공천의 피날레였다. 전무후무한 옥새 파동의 전주곡이기도 했다.

국내외에 ‘태후 앓이’ 열풍이 불자 선거판에는 패러디물이 봇물을 이뤘다. 3성 장군 출신의 새누리당 황진하(경기 파주을)가 ‘파주의 후예’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여러 후보들이 ‘○○의 후예’라는 홍보물을 앞다퉈 내놨다. 한데 13일 개표 결과 민심을 성나게 한 막장 드라마의 대가는 참담했다. 여권 강세지역인 접경도시 파주을에서도 집권당 사무총장이 고배를 마실 정도로 여당은 대패했다.

태후는 후반 들어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지나친 간접광고(PPL)로 만화영화 수준이 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어제 종영된 태후는 100% 사전제작의 성공 사례로 한국 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는다. 벌써 시즌2 얘기가 나올 정도로 종영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반면 그저께 막을 내린 총선 막장 드라마는 여소야대 심판으로 귀결됐다. 각종 여론조사가 여당의 승리를 예측했건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저질 드라마의 시즌2가 제작되지 않도록 민심의 무서움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민심이 그 어려운 걸 해냈지 말입니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