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당, 진영을 넘어 민생에 매진해야

입력 2016-04-14 17:36
국민의당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국민이 20년 만에 3당 체제를 만들어준 것은 지금과 다른 정치를 해보라는 뜻이다. 내년 대선이 어쩌고, 이를 위한 야권 통합이 어쩌고 하는 말은 다 잊으라. 국민이 주문한 제3당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그런 정치공학은 저절로 풀린다. 거대한 두 정당이 20년간 해온 것과 다르게 하는 일.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보수-진보의 어설픈 진영 논리에 갇혀 있었다. 내 진영이 아니면 틀린 것이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일상이었고, 그 울타리가 주는 한줌의 기득권을 차지하려 다시 패거리를 만들었다. 그들은 무능했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 우리 정치가 한 번이라도 경제에 도움을 줬던가. 양당체제 20년을 보내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졌고, 양극화는 고착됐으며, 저출산 고령화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비겁했다. 이런 실패를 모두 상대방 탓으로 돌렸다.

반면교사의 대상이 너무나 분명하다. 실천 의지와 방법의 문제다.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의 말에 방법론이 담겨 있다. 그는 선거의 윤곽이 드러나자 “앞으로 우리 입장은 사안별로 당론을 정해야 할 것이다. 민생 문제에 대해선 어느 당과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권자가 국민의당에 허락한 힘은 예상보다 컸다. 새누리당도 더불어민주당도 이 당의 협조 없이는 정책을 관철시킬 수 없게 됐다. 진영을 뛰어넘어 민생정책을 주도하는 제3당의 정치력을 보일 수 있느냐에 국민의당의 명운이 걸려 있다.

안철수 대표는 14일 “일하는 국회로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꼭 실천하겠다”면서 두 거대 정당에 ‘미래일자리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우리 민생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일자리라는 판단에서 한 말일 테다. 국민이 38석이나 준 것은 이렇게 뱉은 말을 실천에 옮기라는 뜻이며, 그러지 못한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일자리를 위해 일하는 국회. 국민의당이 선택한 첫 과제를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