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의 제안-더 나은 노년] 세월아 비켜라… 우리는 즐거운 대화 나누련다

입력 2016-04-17 17:32

난청은 매우 흔한 만성 질환으로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와 관련해 초기에는 고음의 감음도가 저하돼 주로 스, 츠, 트, 프, 크 등과 같은 고음을 잘 듣지 못하다가 점차 중간음과 저음의 역치 또한 증가해 서서히 양측으로 청력장애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난청과 차이점이 있다면 소리는 인지가 되나 소리의 구분이 일어나지 않는, 즉, 말을 해석하는 능력의 저하가 동반되어 어음분별력이 같이 저하되는 것이 특징이다. 노화 과정중의 하나로 달팽이관내 신경절세포의 위축이나 기저막의 변성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원인에 의해서도 노인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고콜레스테롤, 유전적인 요인, 정서적인 스트레스, 동맥경화증 등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성 난청은 주로 나이 많은 노인들한테만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청력 손실은 40세 이후부터 조금씩 시작되어 65세에서 74세 사이에서 약 25%, 75세 사이에서 50% 이상의 유병률을 보인다. 그만큼 중년에 접어들면서부터 난청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해야 건강한 노후의 생활이 가능하다. 일단 난청예방의 시작은 소음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음에 대한 감수성이 개인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자에서는 담배, 술, 두부외상 등이, 여성에서는 이독성 약물 복용력이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감소된 청력을 근복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예방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그러나 노인성 난청의 가장 큰 원인은 나이 듦이고 우리 누구도 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에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청각재활을 시의적절하게 시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세월이 가면서 느는 흰머리처럼 찾아올 수 있는 노인성 난청이 반드시 다뤄져야 할 질환인 이유는 바로 청력이 악화되어 타인과 대화가 힘들어지면 환자들은 사회로부터, 친구들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도록 지속되면 환자는 우울증과 성격의 변화 등 많은 심적 변화를 느끼게 되고 이는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여 심한 경우 노년의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사회생활에 참여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매우 단순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치매가 발병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이처럼 노인성 난청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노인성 난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은 보청기의 활용이다. 안경을 20년동안 쓴다고 시력이 정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청기를 착용한다 하여 청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리의 증폭을 통해 청력역치를 낮추어 보다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 보청기는 착용 후 적응시간을 가지고 단계별로 음향의 변형을 시도하여 주관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잘 들리고, 편하게 들리는 증폭음을 찾은 후 일정기간의 청능훈련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물론 보청기를 사용해도 노인성 난청 환자의 경우 노화된 뇌기능의 원인으로 잡음과 대화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어느 정도 제한은 있으나 많은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매우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을 노화현상의 일부분으로 치부하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포기하지 말고 되도록 소음과 스트레스를 피하고 알맞은 영양 공급과 질 높은 숙면, 그리고 각종 성인병(고혈압이나 당뇨등)과 만성질환 등을 예방하면서 철저히 관리하는 생활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보청기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없애고 적기에 보청기를 처방 받아 청능재활을 통해 즐거운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잘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단순한 청력의 문제가 아니다. 들을 수 없으면 타인과의 소통이 어렵고 결국 소외감과 외로움 속에서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난청예방에 힘쓰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난청을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 재활을 통해 밝고 힘찬 노년생활을 기대해 보는 것이 어떨런지 감히 제안해 본다.

신정은 두경부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