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치료제 당뇨병 유발 논란 불구 “피타바스타틴은 안전”

입력 2016-04-17 18:49
최근 영국 식약처는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치료제 중 유일하게 피타바스타틴(제품명 리바로)이 ‘당뇨병에 대한 위험 징후가 없다’라는 허가사항을 승인했다.

그동안 고지혈증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은 당뇨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었다. 스타틴은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중성지방 수치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미국 FDA도 2012년 이를 공식화하고 모든 스타틴 제제의 제품 첨부문서에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늘릴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환자 1만7802명을 대상으로 스타틴 복용과 당뇨병 발병 사이의 관계를 확인한 JUPITER 연구(2008년)의 경우 로수바스타틴(제품명 크레스토) 투약군에서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발병이 26%나 높았다.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GISSI-HF 연구에서도 로수바스타틴 투약군이 당뇨병 발병을 10% 높인 것으로 보고 됐다(랜싯 2008년). 로수바스타틴(제품명 크레스토) 이외에 아토르바스타틴(리피도), 심바스타틴(조코) 등 다른 스타틴 제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리피토의 당뇨병 발생으로 인한 소송 건수가 2400건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2012년 FDA가 리피토 및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장기 복용할 경우 기억력 소실이나 당뇨병 증세를 경미하게 높인다고 경고한 것이 소송 제기의 발단이 됐다.

◇‘리바로’, 당뇨병 안전성 영국 식약처 인정=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리바로(성분명 피타바스타틴)가 당뇨병 안전성을 입증했다. 최근 영국의 약품·건강제품통제국(MHRA)은 리바로의 사용 설명서에 ‘PMS(시판후조사)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당뇨병에 대한 위험 징후가 없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허가 변경을 승인했다. 이번 결과는 현재 사용되는 약 7가지의 스타틴 계열 가운데 피타바스타틴이 다른 약에 비해 당뇨병 유발 위험이 18% 가량 낮았다는 ‘J-PREDICT’ 연구와 15개의 플라시보 및 여러 스타틴과 진행한 연구결과를 종합 비교한 ‘Meta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오다와라 마사토 동경대 의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J-PREDICT’는 스타틴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내당능 장애 고지혈증 환자 1269명을 2007년부터 5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로 피타바스타틴 제제가 장기 사용 시 당뇨병 촉진 논란이 있는 로수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 기존 약물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번 영국 식약처(MHRA)의 당뇨병 안전성에 대한 승인은 리바로만이 혈당을 높이지 않으면서 이상지질혈증을 개선하는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치료제로 인정한 결과”라며 “앞으로 유럽의약품기구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의약품 허가 담당 기관에서도 허가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매년 증가하는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 ‘안전한 약물 선택 중요’=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약 74만1592명이었던 고지혈증 환자 수는 2014년 약 138만4051명으로 6년 새 약 2 배가 증가했다. 특히 50∼60대가 전체 환자의 62%를 차지하고, 여성 환자 수가 남성의 1.5배를 차지했다.

IM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규모는 6015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이는 5년 전 금액 실적 4855억원 보다 23.9%(1.2배) 증가한 것으로, 연평균 성장률(CAGR)은 5.5%에 달한다.

이 중 스타틴 처방액은 5353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89.0%를 점유하고 있으며, 시장 1위 제품인 화이자의 리피토는 연간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생활수준 향상과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고지혈증 환자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한 치료제 선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