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6월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약 20만원 상당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무료로 접종을 시행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두 가지 백신인 한국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 가격을 개별 산정키로 결정했다. 백신 가격은 가다실이 서바릭스보다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는 오는 6월부터 시행 예정인 자궁경부암 무료예방접종을 위해 국내 시판 허가된 ‘서바릭스’, ‘가다실’ 두 백신의 조달단가를 각각 개별 산정해 4월 중에 백신조달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격 이원화 결정은 정부가 두 백신의 차이점을 인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의 조달단가를 결정할 때 도입목적을 고려해 감염병 예방 효능, 안전성 및 접종 편의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서 각 백신이 동일하다고 인정되면 같은 가격으로 한다”며 “다만 백신의 차이가 있으면 다른 가격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두 백신을 모두 도입할 예정이다. 백신에 대한 식약처 허가 효능에서 두 백신에 차이가 있어 백신별로 조달단가를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두 제약회사는 그동안 자궁경부암 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을 위한 가격 개별 산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한국MSD측은 “질병관리본부가 자궁경부암 백신별로 가격을 책정하겠다는 가격이원화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결국 가격 개별 산정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동안 한국MSD는 가다실이 서바릭스보다 높은 가격으로 NIP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4가 백신인 가다실이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HPV 감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성기 사마귀 등도 예방하는 만큼 자궁경부암 예방만을 적응증으로 한 서바릭스보다보다 가격면에서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GSK는 가다실과 서바릭스를 같은 가격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데 있어 성기 사마귀 예방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불어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사업인 만큼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만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GSK 측은 “4가 백신이냐, 2가 백신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자궁경부암 예방에 있어서는 동일한 효과를 가진 백신이므로 가격에 차이를 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국가 건보재정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정부가 서바릭스와 가다실의 가격 이원화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MSD가 시장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GSK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정부의 가격 이원화 방침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백신 수요자들이 2가지 백신 중 어떤 백신을 선택을 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장윤형 기자
[암과의 동행]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웃고 ‘서바릭스’ 울고
입력 2016-04-17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