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암 예방의 날’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제9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암 예방수칙 관련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중 음주 관련 암 에방수칙이 눈길을 끈다.
기존의 음주 관련 암 예방수칙은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기’였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변경됐다. 지속적인 소량 음주도 암 발생을 높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음주가 암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노혜미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음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암은 다양하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술은 구강, 인후, 후두, 식도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대표적으로 간암 위험성을 높이고 대장, 직장암, 유방암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 노혜미 교수는 “술을 마시면 호흡기관 상부와 식도의 점막이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손상돼 암이 유발될 수 있다”며 “알코올은 식도 괄약근을 이완시켜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는데, 역류성 식도염이 지속되면 바렛식도로 진행되며, 바렛식도는 식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교수는 “간암은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간 손상으로 발생되며,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경화 등 알코올 간질환이 동반된다. 또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따라서 음주는 식도암 위험을 높이고, 직장 점막에서 세포 증식 속도를 증가시켜 대장암과 대장용종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테이트로 분해시키는 효소의 기능이 낮은 사람이 많다. 이 경우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갛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 음주를 아예 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노 교수는 “첫 잔을 한 번에 다 마시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노혜미 교수는 “술은 되도록 여러 번 나누어 천천히 마셔야 한다. 또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도 피해야 한다”며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가 늦어지기 때문에 덜 취하게 된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 수분과 당분이 필요하므로, 술을 마시는 동안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안주는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삼가고 북어나 조개, 콩나물 등 알코올 분해에 도움되는 재료가 들어간 국물이나 채소, 과일 등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금주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노 교수는 “술을 줄이기 위한 자신만의 동기를 만들고 주변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 이어 “본인의 건강 챙기기, 가족에게 미안한 일 만들지 않기, 자녀에게 좋은 부모 되기 등 자신이 적정 음주 권고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교수는 “음주를 권하는 환경에 대비해 방안을 마련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의 음주 습관을 돌이켜 보고 언제, 누구와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폭음을 하게 되는지 파악해봐야 한다”며 “만약 개인의 노력으로도 절주가 어렵다면 지역 보건소나 알코올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하루 2잔이라도 안돼! 술 해외연구 “모든 암 근원”
입력 2016-04-17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