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희귀암 환자 ‘보장성 문턱’ 더 낮춰야

입력 2016-04-17 18:37
“차라리 이름이라도 들어본 암이라고 하면 수긍이라도 하죠. 생전 처음 들어본 질병인데 치료제도 마땅치 않아 막막한 심정이에요.” 희귀암을 앓고 있는 남편을 둔 김혜자(가명)씨은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는 “값비싼 치료비 부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희귀암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낯선 ‘희귀질환’ 등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가 국내에서 약 20∼35만여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보건복지부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등록된 환자는 약 3만여명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집계하지 않은 환자들만 합쳐도 수십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며 다양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희귀암이나 희귀질환 등에 대한 보장성의 문턱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희귀암을 앓는 환자들의 경우 본인의 질환을 받아들이고 것 자체만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낸다. 또한 희귀암은 표준화된 치료방법이 많지 않아 재발 시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좋은 치료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최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희귀질환의 종류는 7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는 질환의 5∼10% 밖에 개발되지 않았고, 이 마저도 완치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약제는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환자군이 적어 정부에서 치료 혜택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는 점이다.

희귀암은 상황이 더 녹록치 않다.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획기적인 치료제들이 개발됐지만, 희귀암은 마땅한 치료제도 없기 때문에 완치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이 희귀암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에도 희귀암 표적치료제들이 출시되면서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치료제의 경우 비싼 치료비용 때문에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따라서 보장성 문턱을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급여를 적용하거나, 위험분담제 등을 통해 하루 빨리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희귀의약품 지정요건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와 관련,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희귀질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를 위해 ‘희귀의약품 지정요건’ 개선을 위한 6개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점은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희귀의약품은 대체의약품이 없어 긴급한 도입이 필요한 의약품으로 신속하게 심사해 허가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시판 허가를 받은 희귀의약품은 93개 회사의 353개 제품이다. 그 동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생산 또는 수입 금액이 15억원(미화 150만 달러) 이하인 경우에 한해서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었으나, 관련 규정 개정으로 고가의 제품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 생산규모 제한이 없이도 환자수가 2만명 이하이고 적절한 치료방법과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사용하거나 기존 대체의약품보다 현저히 안전성 등이 개선된 의약품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희귀암·희귀질환 환자들이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치료 혜택을 밖에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