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권 몰락… 양당구도 20년 만에 붕괴

입력 2016-04-14 01:47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운데)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 선거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당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 오른쪽은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 서영희 기자

20대 국회는 15대 국회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3자 분할구도’가 됐다. 또 여당이 과반 의석에 실패한 16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와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과반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의 총 예상 의석수는 새누리당을 압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의당은 30석 이상을 확보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가 개표 결과와 일치한다면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강력한 ‘제3정당’이 등장하게 된다. 19대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제1당의 지위는 겨우 유지했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얻은 152석보다 훨씬 적은 13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참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후보 난립이라는 유리한 구도 속에서도 살생부, 옥새 파동 등 ‘막장공천’ 탓에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제1야당인 더민주는 예상외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 현재 의석수인 102석을 뛰어넘는 11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에서 약진했다. 더민주는 오후 11시30분 기준으로 서울 49곳 중 34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60곳 중에서도 1위를 달리는 지역구는 39곳이었고, 인천도 13곳 가운데 7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의 난파 위기에서 긴급 수혈돼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휘어잡고 차르(러시아 전제군주)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보인 것이 선전 배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호남에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적지 않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약진했다. 국민의당은 30석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개표 결과(오후 11시30분 기준)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 23석에서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주에서는 8석 전체를 석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도 안철수 후보(노원병)와 김성식 후보(관악갑)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교섭단체(20석)를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확실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제3당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이 충청을 석권한 이후 20년 만이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민주 가운데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경우 20대 국회가 19대 국회에 비해서는 원활한 의사일정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국민의당이 호남을 싹쓸이한 것은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크다. 더민주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당을 ‘분열세력’으로 몰아붙였지만 야권 전체가 여당을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의당은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당이 내세운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교체’가 힘을 받게 되면서 야당의 적통 싸움은 제2라운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의당도 심상정(경기 고양갑) 노회찬(경남 창원 성산) 후보가 당선이 유력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면서 5∼6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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