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총선 이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노렸던 박근혜 대통령의 정국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전국단위 선거에서 매번 승리를 이끌었던 박 대통령으로선 이번 총선 결과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선 집권 4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청와대 역시 무거운 침묵 속에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당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 및 이에 따른 강력한 여당의 뒷받침을 통해 집권 후반기에도 국정운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구상을 했다.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 4대 부문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국정과제 이행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부터 대구·경북, 부산과 충남, 충북, 전북 등지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을 향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며 ‘심판론’을 거듭 제기한 것은 국정에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 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결과는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구상과는 전혀 달랐다. 특히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계 갈등을 더욱 점화시키고 공천 파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오히려 결과적으로 패착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더욱이 총선 이후 국정의 무게중심이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권력 흐름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은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13일 오후 6시를 기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일제히 발표되자 비교적 낙관적이었던 분위기가 돌변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지만 출구조사 결과 새누리당 패배로 나오자 예상 밖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할 말이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박 대통령도 참모들로부터 개표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조만간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총선 이후 내각과 청와대 조직 재정비를 통해 앞으로 남은 임기 국정운영의 신발 끈을 다시 한 번 조일 것이라는 의미다. 개각이 이뤄질 경우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원년 멤버인 일부 부처 장관이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이후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야당과의 대립은 물론 여당 내 계파 갈등도 해당된다. 일방통행식 지시가 아닌 여야를 가리지 않는 원활한 소통과 협력만이 남은 임기 비교적 원활한 국정운영을 담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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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도 가시밭길
입력 2016-04-14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