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20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예선전인 이번 총선에서 여야 대권 후보 중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만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여야 내부에서 대안론이 제기될 소지가 다분하다.
새누리당 총선을 진두지휘한 김 대표의 대선 가도는 암초를 만났다. 야권분열 흐름 속에 국회 선진화법 개정 가능 의석인 180석까지 넘봤지만, 공천 파동에 따른 지지층 이탈과 ‘백색바람’ ‘녹색돌풍’에 밀려 목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선 정국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절실했지만 김 대표가 직접 험지출마를 권유한 안대희 후보(서울 마포갑) 등이 낙선, 정치적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이미 “상향식 국민공천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는 장담을 못 지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김 대표를 향해 친박(친박근혜)계는 ‘옥새투쟁’의 결과물인 무공천 결정에 대해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후보 영입 움직임이 한층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여권 개혁 성향 소장파 의원들의 조기 등판론도 강하게 일 전망이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뜻을 같이했던 영남권 무소속 후보 상당수가 낙선했지만 공천파동 과정에서 무당파 지지층을 다수 확보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여권의 대권 다크호스로 남아 있다. 반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총선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일찌감치 대권 레이스를 마감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민주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의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당내 안팎에서 정계 은퇴 압박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배수진을 친 것이 문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배수진과 두 차례에 걸친 호남 방문으로 이 지역 분위기가 다소 호전되고 수도권 지지층 결집도 이끌어내 우려했던 최악의 총선 성적을 피해 여전히 대권 도전 기회가 남아 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반면 국민의당 안 대표는 총선에서 확실한 3당 입지를 구축함에 따라 대권 주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마련했다. 탈당과 야권연대 거부에 따른 야권분열 책임론도 선거 결과로 확실히 희석됐다. 호남 지지를 확인한 데다 여권 성향 지지층 일부를 흡수하는 데 성공해 외연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향후 대권 전망을 밝게 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도 목표했던 107석 달성이 유력, 차기 대선 주자로 스스로를 격상시킬 개연성이 크다. 김 대표는 “더 이상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는 말로 대권 주자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은 여전히 야권 대권 후보군으로 유효하다. 또 김부겸 후보는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에 균열을 낸 정치력을 인정받으면서 곧장 야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섰다.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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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4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