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 참패에 이어 텃밭인 대구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면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정당 득표율에서 국민의당 기세에 눌리면서 야권 재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막바지 ‘녹색 돌풍’으로 3당 체제를 형성하면서 ‘캐스팅보트’로서 향후 정국의 키를 쥐게 됐다. 호남의 맹주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확장성’까지 입증하면서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책임론 비등한 與…당권 투쟁 가열=여당으로선 이번 총선에서 안정적 과반 의석을 얻어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으면서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위기감만 높아졌다. 19대 국회 내내 각종 법안 처리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반복했던 여당이 20대에서도 야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박근혜정부를 뒷받침하는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동력을 잃게 된 모양새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집권하더라도 ‘입법 권력’에선 한동안 밀릴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
여당 내에선 살생부 논란과 취중 막말, 옥새 파동 등으로 지지층 이탈을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비등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향식 공천을 밀어붙이며 마찰을 빚었던 김무성 대표와 공천 칼자루를 쥐었던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책임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선거운동 기간 잠복됐던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권 투쟁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 파동’의 주인공인 유승민 의원 등 ‘친여 무소속’ 당선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여권 내 장악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13일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 가져간 국민의당…야권 재편 이뤄지나=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주도권을 서로 가져가려는 싸움에 고삐를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야 대 야’ 싸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호남 지역의 승패가 정계 개편의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 지역 성적표가 ‘친노(친노무현)와 멀어진 호남 민심’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야권 심장부’인 광주 역시 국민의당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춘 야권의 ‘대안 정당’이 떠오르면서 야권의 정계 개편 논의에서도 국민의당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됐다. 전체 지역구 의석수에선 더민주에 밀렸지만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데다 정당 득표율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야당을 바꿔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국민의당이 힘을 받게 된 모양새다. 대여 공세의 키 역시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이 쥐게 됐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도 달라졌다. 김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스스로 107석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면서 배수진을 쳤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종인 체제’를 임시 지도부로 보는 문 전 대표와 김 대표 간 당내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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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3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