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 악재 속에서도 국민의당이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둔 바탕에는 ‘교차투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지역구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준 유권자들이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당 손을 들어주면서 교차투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당시만 하더라도 비례대표 당선권을 5석 안팎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배 이상의 성과를 냈다. 우선 새누리당의 잇단 내분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중도·보수 성향의 국민의당을 차선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그 이탈자를 담는 그릇이 되겠다”고 외친 효과를 본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가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자 중 일부가 국민의당으로 이탈해 정당투표를 했을 것”이라며 “국민의당의 주 지지층인 중·노년층 유권자는 국민의당이 없었더라면 새누리당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부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 역시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지역구 투표는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하되 정당투표에선 ‘소신’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도 총선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당투표는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더라도 지역구 후보자 투표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 달라”며 ‘현실적인’ 득표 전략을 펼쳐왔다.
당초 100석 미만을 예측한 더민주도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호남발 ‘녹색돌풍’에 긴장한 더민주 지지자들이 집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며 ‘운동권 정당’ 색깔을 탈피하려 노력한 것도 일부 새누리당 지지자를 흡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혈투가 야권 전체의 지평을 넓히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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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분열 틈 메운 ‘교차 투표’
입력 2016-04-14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