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악몽’ 없었다… 가슴 쓸어내린 보건 당국

입력 2016-04-13 21:47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의료센터(응급실) 앞에 13일 격리 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이날 강북삼성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진단을 받은 UAE 국적의 M씨는 방역당국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구성찬 기자
13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이 의심됐던 20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적 여성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국민과 보건당국은 1년 전 ‘메르스 악몽’을 떠올리며 하루 종일 불안에 떨었으나, 이날 오후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여성이 유전자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한동안 격리에 응하지 않아 방역체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염 의심에서 음성 확인까지=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해 격리한 UAE 국적 M씨(22·여)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여행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M씨는 이날 새벽 1시31분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5개월 전부터 국내에 체류 중인 자매 2명이 자동차로 M씨를 병원에 데려갔다.

M씨는 응급실 앞 예진실에서 고열과 기침 증상을 호소했다. 이틀 전인 11일부터 증상이 시작됐다고 했다. 측정된 체온은 38.7도였다. 강북삼성병원 의료진은 M씨가 메르스 발생국 중 한 곳에서 왔다는 점과 증상을 고려해 메르스를 의심했다. 곧바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의심환자 발견을 신고했다.

문제는 그 뒤부터 시작됐다. 의료진의 격리 요청을 M씨가 거부했다. 의료진의 계속된 설득에 M씨는 응급실 밖 구급차와 음압 에어텐트에 잠시 머물렀다. 음압 에어텐트는 병원이 M씨를 격리하기 위해 막 설치한 것이었다. M씨는 그러나 “차에 있겠다”며 새벽 3시22분쯤 에어텐트에서 나와 자동차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10분여 뒤 자매들과 함께 병원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메르스 감염 의심자를 놓친 보건당국은 경찰에 M씨를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M씨 일행이 서울 F호텔에 투숙 중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오전 7시20분쯤 M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격리에 응해 달라고 설득했다. UAE 대사관 직원도 호텔을 찾아 상황을 설명했다. M씨는 한참 만에 격리에 동의했고 오전 10시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초기 격리 실패 되짚어봐야=오전 8시부터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보건당국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310건의 메르스 의심 신고가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유전자 검사가 실시된 76건이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38명 사망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겪은 터라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보건당국이 감염 의심자를 4시간 가까이 놓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함은 더 커졌다.

비록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지만 초기 M씨 격리 실패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 감염병이 외국인을 매개로 유입됐을 때 강제적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계 여성에 대해서는 병원과 당국 모두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동 여성에 대해선 저희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M씨는 병원 방문 당시 히잡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도 신체적 접촉을 의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랍권에서는 여성을 어떤 공간에 홀로 두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어 M씨가 겁을 먹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병원이 격리에 응하지 않는 의심 환자를 잡아두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발견됐다. 정부는 지난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을 고쳐 감염병이 의심되면 강제로 격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강제처분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공기관에만 있다. 민간기관인 병원은 의심 환자를 강제로 격리할 권한이 없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자기 멋대로 나가버리는데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 의심환자 응급실로 안 들여보내=병원이 의심 환자를 응급실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고 접촉자도 2명(간호사와 원무과 직원)으로 최소화한 것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담당 의사는 보호장구를 갖추고 환자를 진료했다. 다만 병원 측이 신고했다는 시간(오전 1시40분)과 질본이 신고를 받았다는 시간(오전 2시7분)이 엇갈린다. 질본 관계자는 “왜 말이 다른지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권기석 김판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