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부터 초여름까지 남쪽 하늘 지평선 근처에 센타우루스 별자리가 뜬다.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다. 밤하늘에서 시리우스, 카노푸스에 이어 세 번째로 밝다. 그만큼 지구와 가까워서다. 알파 센타우리는 사실 하나의 별이 아니라 태양계처럼 항성과 주변을 도는 여러 행성으로 구성돼 있다.
알파 센타우리에서 항성은 태양보다 각각 1.1배, 0.9배 큰 A별과 B별이다. 태양이 2개인 항성계다. 그런데 이 두 별에서 1AU(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 거리에 행성이 있다면 지구와 비슷한 생태계가 있을지 모른다.
알파 센타우리에 지구 같은 행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원대한 프로젝트가 가동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타샷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계획은 ‘브레이크스루 프라이즈’라는 과학단체가 추진한다.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러시아 출신 투자가인 유리 밀너,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소속돼 있다. 이들은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간의 본성은 하늘을 나는 것”이라며 “20년 안에 알파 센타우리에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알파 센타우리는 지구에서 4.37광년 떨어져 있다. 40조㎞다. 지금까지 개발된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가더라도 3만년이 걸린다.
호킹은 비행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노 우주선’을 띄우겠다고 밝혔다. 크기가 휴대전화만 하고 무게도 28g 정도인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에 불과 몇 g에 불과한 3.5m 크기의 초박막 방패연 모양의 나노돛이 달린다. 나노기술의 발달로 그 크기에 카메라, 항행·통신·동력 장치를 모두 구비했다. 핵심부품인 ‘스타칩’은 수십만원대인 아이폰 1대 가격과 비슷하다.
우주선 동력은 지구에서 쏘는 레이저빔이다. 현재 레이저 기술은 100GW(기가와트)가 넘는 초고출력이 가능하다. 비용도 싸다. 로켓으로 한 번에 나노 우주선 1000개를 실어 우주에 풀어놓은 뒤 무중력 상태에서 레이저빔을 쏴 우주선이 돛단배처럼 가도록 하는 원리다. 28g짜리 우주선에 100GW 레이저가 가해지면 원자력발전소 100개가 생산하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나노 우주선은 기존 우주선보다 1000배 빠른 5분의 1광년으로 날 수 있다. 이 속도라면 20년 안에 알파 센타우리에 도달한다. 브레이크스루 프라이즈는 광범위한 탐색을 위해 수십만 개의 우주선을 보낼 계획까지 세웠다.
밀너는 100억 달러(11조4000억원) 이상 소요될 이 프로젝트에 1억 달러(약 1140억원)를 기부키로 했다. 스타샷 프로젝트는 우주선 제작과 발사에 20년, 알파 센타우리까지 비행에 20년, 자료 전송에 4년 등 적어도 44년 넘게 걸릴 전망이다.
기자회견 당시 이들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수많은 우주선이 우주를 떠다니다 보면 인류가 앞으로 어떤 장면을 보게 될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스티븐 호킹의 ‘28g 나노 우주선’ 프로젝트 발진… 항성간 여행 ‘스타샷’ 발표
입력 2016-04-1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