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잘 만났다” 1년 만에 만난 지갑 도둑

입력 2016-04-13 21:45
장모(28)씨는 지난 8일 술을 마신 뒤 집으로 가던 중 익숙한 자동차를 발견했다. 10년이 넘은 은색 EF쏘나타였다. 1년 전 장씨의 지갑을 훔치고 자취를 감춘 이모(34)씨가 타고 다니던 차와 같은 종류였다. 장씨는 차에 남겨진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갑도둑’ 이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년간 알고 지내온 이씨가 장씨의 지갑을 훔친 건 1년 전인 지난해 4월이었다. 이씨는 서울 구로구의 한 장례식장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잠을 자던 장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장씨의 자동차 운전석 문 내부손잡이에서 현금 70여만원이 든 명품 지갑을 훔쳤다. 지갑을 잃어버린 장씨는 장례식장에 왔던 친구들에게 “지갑을 잃어버렸다. 분실 신고를 해야겠다”고 단체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이씨가 “사정이 너무 급해 훔쳤다. 일단 신고를 하지 말라”며 30만원을 돌려줬다. 나머지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잠적했다. 장씨가 연락처를 수소문해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씨는 그때마다 전화번호를 바꾸며 피했다. 시간이 흐르자 장씨도 지쳤다. 1년 만에 장씨는 이씨의 차량과 전화번호를 우연히 확인한 셈이다. 장씨는 이씨에게 나머지 40만원과 피해보상금을 요구했지만, 이씨는 “40만원만 주겠다”고 버텼다. 결국 두 사람은 경찰서로 갔고, 서울 구로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김판 임주언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