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정권을 심판했다. 13일 실시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하며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일찌감치 압승을 예상하며 ‘오만한 공천’을 했던 여당에 국민들이 쓰라린 패배를 안긴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혐오는 국민의당이 대약진하는 ‘녹색돌풍’으로 이어졌고,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만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날 밤 12시 현재 비례대표(47석)를 제외한 253개 지역구 중 새누리당은 108곳, 더불어민주당 107곳, 국민의당 25곳, 정의당 2곳, 무소속 11곳에서 1위를 달렸다.
앞서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투표자들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118∼147석, 더불어민주당은 97∼128석, 국민의당은 31∼43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개표 중간 집계와 출구조사를 종합하면 새누리당은 목표인 과반 의석 확보 실패가 확실시돼 여당 지도부는 책임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에 필요한 의석수를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거둘 것이 유력시돼 제3당으로 확고한 지위를 굳히게 됐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거물급 후보가 더민주 등 야권 후보에게 무릎 꿇은 곳이 속출했다. 서울 종로(개표율 47.1%)는 더민주 정세균 후보가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13% 포인트 이상 앞섰다. 노원병(개표율 51.6%)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51.6%를 얻어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32.3%)와 큰 차이를 보였다. 경기 고양갑(개표율 62.0%)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 53.2%,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 37.1%였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과로로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고 모처에서 휴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에선 야당이 선전한 지역이 여럿 나왔다. 경남 김해을(개표율 14.0%)에선 더민주 김경수 후보(62.8%)가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33.9%)를, 부산 강서갑(개표율 65.2%)에선 더민주 전재수 후보(55.5%)가 새누리당 박민식 후보(44.5%)를 각각 크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 순천(개표율 74.4%)에선 호남 유일의 여당 의원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45.7%)가 더민주 노관규 후보(38.2%)에 앞섰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전체 유권자 4210만398명 중 2443만2533명이 투표, 58.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최종 투표율 54.2%보다 3.8% 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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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3 18:54 수정 2016-04-14 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