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불편한 거동 등은 ‘한 표의 권리’ 행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13일 지역 일꾼을 뽑기 위해 전국의 투표소로 향했다. 한결같이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한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당했으나 즉각적 대응으로 피해 없이 넘어갔다. 일부 개표소에선 개표 시작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순조롭게 개표가 진행됐다.
◇“평범한 사람의 정치 참여는 투표뿐”=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유권자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법정공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고된 삶이지만 권리를 포기할 수 없어 일찌감치 나섰다고 했다. 오전 5시44분 서울 청운동 제2투표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강진(65)씨는 “지금까지 투표를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투표 말곤 정치에 참여할 방법이 없으니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에선 1917년생 최계순씨가 한 표를 행사했다. 고령으로 거동이 힘든 최씨는 투표 편의차량을 타고 온 뒤 부축을 받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6·25 참전용사인 이성노(94)씨는 “시원찮은 놈 뽑히는 게 싫어 투표하러 왔다”고 했다. 이씨는 다리가 불편해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에서 투표장인 갈월종합사회복지관까지 200m 남짓 거리를 오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를 잘못 찾아 되돌아가는 일도 발생했다. 이전 선거 때 투표했던 곳에 가거나 사전투표처럼 가까운 곳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줄 알고 왔다가 다시 투표소를 찾느라 일부 유권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서울 한강로 제5투표소인 한강초등학교 앞에선 투표안내원이 “한강대로 14길을 기준으로 길 건너오셨어요? 아니면 앞에서 오셨어요?”라고 되풀이해서 물었다. 투표소가 혼잡해 이번부터 한강대로 14길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때와 비교해 달라진 투표소는 전체 1만3837곳 가운데 814곳이다.
◇디도스 공격…기표 도장 바꿔치기…=투표 중 크고 작은 ‘소동’도 있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내 투표소 찾기’ 서비스에 이날 오후 2시22분부터 3분간 디도스 공격이 있었다. 중앙선관위 측은 “디도스 공격 발견 즉시 보안 전용장비를 통해 공격을 전량 차단한 후 집중 관제를 실시했으며 서비스가 정상 운영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수사 의뢰했다.
강원도 원주 학성동 중앙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기표 도장을 바꿔치기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투표사무원은 오전 10시5분쯤 기표소 안 도장이 ‘청춘’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도장으로 바뀐 것을 알아채고 교체했다. 선관위는 바뀐 도장으로 투표한 유권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후 6시 투표가 끝나고 봉인된 투표함은 전국 253개 개표소로 속속 옮겨졌다. 서울 종로구 개표소인 경기상고 체육관에선 오후 6시53분 사전투표함을 시작으로 본격 개표에 들어갔다. 책상 위로 투표용지가 쏟아지자 개표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대구 수성갑 개표소에선 동별로 분류해 놓은 투표용지 바구니가 실수로 섞이는 바람에 개표 시작이 늦어졌다. 서울 강서구는 지역구가 늘어나면서 투표함 취합이 늦어졌고, 송파구에서도 투표함 개봉 등 절차가 지연돼 개표가 지연됐다.
박은애 기자, 전국종합 limitle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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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놈 뽑히는 게 싫어 투표하러 왔다”… 나라 일꾼 뽑던 날
입력 2016-04-13 19:19 수정 2016-04-14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