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는 중국 재벌2세들의 놀이터

입력 2016-04-13 19:04 수정 2016-04-13 21:36
밴쿠버에서 중국인 재벌 2세가 출연해 방영된 리얼리티쇼 '울트라 리치 아시안 걸스 오브 밴쿠버(중국명: 공주아최대)'의 한 장면. HBICtv 캡처

애마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밴쿠버 시가지로 미끄러지듯 굴러갔다. 약 36만 캐나다달러. 우리 돈으로 3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다. 석탄 재벌인 아버지가 지난해 준 선물이다. 운전석에 앉은 앤디 구오(18)는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긴다. 중국 산시성에서 건너온 그는 밴쿠버에서 명문 브리티시컬럼비아대를 다니는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다.

캐나다의 주요 도시 밴쿠버가 중국에서 몰려든 부유층 자녀로 북적인다. 이민에 우호적인 법제와 환율에 더해 최근 중국에 몰아닥친 부패숙청 바람이 결정적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밴쿠버의 이 같은 모습을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캐나다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로 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이주한 중국인은 3만7000명에 달한다. 230만명이 사는 밴쿠버에서 1981년 7% 이하였던 중국계 이주민은 2011년 18%로 급상승했다.

부모가 보내주는 돈이 수입의 전부인 젊은 중국인들은 고급차 구입에 수억원을 예사로 쓴다. 이들 덕분에 지난해 밴쿠버에서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 이상의 고급차는 약 2500대로 2009년 1300대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2011년 캐나다 경찰은 밴쿠버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며 경주를 벌인 차량 13대를 압수했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같은 최고급 승용차가 대부분이었다. 차량 가격을 합하니 23억원에 달했다. 운전자들은 중국인 슈퍼카 동호회 회원으로 모두 21세 이하였다.

NYT는 중국 푸얼다이가 몰려드는 통에 집값이 폭등해 도시 밖으로 쫓겨날 지경인 밴쿠버 주민들의 반감이 높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슈퍼카를 타고 도심에서 경주를 벌이는 이들의 안하무인 격 행동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