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애 최고의 사진을 찍어 드립니다… 월드뷰티핸즈, 노숙인·독거노인 사진 촬영 봉사

입력 2016-04-13 17:55
월드뷰티핸즈와 비전코리아29가 13일 서울 용산구 신생교회에서 개최한 ‘내 생애 최고의 사진 갖기’ 행사 현장. 한 참석자가 프로필 사진을 찍은 뒤 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화장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유∼. 얼굴 꾸미고 사진 찍은 건 일생 최고 사건이여. 하늘나라에 온 것 같네유∼.”

김정환(83) 할아버지는 프로필 사진을 찍은 뒤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옆에 있던 이순한(73) 할머니도 “이런 거 안 해줘도 되는데 미안해서 어떡해”하면서도 “연한 분홍색으로 손톱을 칠해 달라”고 수줍게 말했다. 이 할머니의 손톱을 매만지던 봉사단원은 “어머, 소녀 감성을 갖고 계시네요”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김남순(80) 할머니는 “사진이 잘 나와야 하니께, 예쁘게 화장시켜줘 잉∼”하며 봉사자들에게 부탁했다. 김 할머니는 “수십년 동안 아침에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남편을 본 적이 없다”며 “옛날 화장품보다 지금 화장품이 훨씬 좋다”고 깔깔 웃었다.

㈔월드뷰티핸즈(회장 최에스더 교수)와 비전코리아29(대표 김광용)는 13일 서울 용산구 신생교회(김원일 목사)에서 ‘내 생애 최고의 사진 갖기’ 행사를 개최했다.

월드뷰티핸즈 회원 10여명과 신한대 안산대 정화예술대 등의 학생 30여명은 헤어스타일링과 메이크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봉사했다. 사진은 김광용 작가가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역 부근에 사는 노숙인과 독거노인 50여명이 참여했다. 걸쭉한 사투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 창립된 월드뷰티핸즈는 한 달에 두 차례 신생교회에서 노숙인 등을 위한 이·미용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에스더 회장은 “사람은 의식주 외에도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며 “머리카락을 다듬고 화장을 해드리니 어르신들도 활력소를 찾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미용 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월드뷰티핸즈 회원 위지현(31·여)씨는 “어르신들이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뭉클했다”며 “어쩌면 마지막 촬영이 될지도 모르는 사진을 위해 머리를 만진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사진 촬영 봉사를 하면서 하나님과의 만남을 경험한다”며 “어르신들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서 선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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