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의 주가는 결국 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선거기간 정치 테마주의 등락은 민심을 투자심리와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번 총선기간 주요 정치인 테마주의 움직임은 어땠을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투표일 직전인 12일까지 주가 흐름을 살펴봤다. 안철수 테마주 수익률이 가장 높고 김무성 테마주도 양호한 편이었다. 반면 문재인 테마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선거판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약진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현상 유지를 하는 가운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진했던 판세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결과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5개 종목(안랩·써니전자·다믈멀티미디어·콤텍시스템·오픈베이스) 가운데 오픈베이스(-23.18%)를 제외한 4개의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특히 다믈멀티미디어 수익률은 36.21%에 달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가 창업한 전방도 두 자릿수 상승률(10.75%)을 기록했다. 엔케이·유유제약·체시스·디지틀조선 등 나머지 김무성 테마주는 2∼6%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문재인 테마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5개(우리들제약·우리들휴브레인·에이엔피·바른손·서희건설) 중 4개 회사의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테마주가 해당 정치인·정당 지지도와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풍문과 투기적 수요에 따라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많으므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체 주식시장에는 총선이 어떤 영향을 줄까. 1980년대 이후 총선 전후 주가지수를 살펴본 결과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80년 이후 9차례 총선에서 코스피지수는 평균적으로 선거 10일 전부터 하루 전까지 1.2% 내렸고, 선거 이후 10일간 0.7% 하락했다. 이것만 보면 총선 전후 주가 약세가 뚜렷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IT) 버블이 터졌던 16대 총선(200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8대 총선(2008년)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 시기를 뺀 7차례 총선에선 선거 전 열흘 동안 코스피가 평균 0.6% 내리고 선거 후 10일간 0.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제거돼 주가가 올랐다고 볼 수도 있고, 증시가 기본적으로 우상향하는 특성이 있기에 급격한 경기 하강 위험만 없다면 총선은 특별히 증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19대 국회는 다음 달 29일로 임기 만료된다. 19대 국회 4년간 증시는 ‘코스피 지지부진, 코스닥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대 총선 전날인 2012년 4월 10일과 지난 12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1994.41에서 1981.32로 13.09포인트(0.65%) 내려 약세장이었지만, 코스닥지수는 484.77에서 693.45로 208.68포인트(43.05%) 치솟았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안철수株 약진-문재인株 약세… 증시 총선효과? 그런 건 없죠
입력 2016-04-13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