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경찰서 유치장입니다. 대만인 15명이 힘겹게 저항합니다.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고 총으로 위협합니다. 최루탄도 쏩니다. 결국 포기하고 공항으로 끌려가 비행기에 오릅니다. 지난 1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비행기에는 이미 22명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만으로 간다고 들었지만 호송하는 사람들은 중국대사관 직원입니다. 대만 공관원들이 뒤쫓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그렇게 케냐에 있던 대만인 37명은 대만이 아닌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베이징 하이뎬구 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이들은 모두 국제전화 사기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케냐 경찰은 2014년 나이로비 교외에서 한 중국계 남성의 방화·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다른 혐의를 잡고 관련자들을 체포했습니다. 일부는 혐의가 인정됐지만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혐의가 인정돼 추방명령을 받은 경우입니다. 대만이 아닌 중국으로 압송된 겁니다. 대만은 케냐와는 외교관계가 없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대표부가 나섰죠. 현지 법원으로부터 중국 압송을 금지하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소용없습니다. 대만 외교부도 케냐 정부에 항의하고 인권단체와 언론에도 호소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대만은 나라도 아니냐”며 울분을 토합니다. 아들이 억울하게 케냐에 붙잡혀 있다는 유모씨는 “정부는 죄 없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라고 외칩니다. 마잉주 총통도 “중국이 사전통보 없이 우리 국민을 강제 연행한 것은 정의에 위배되는 불법 조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강조합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케냐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르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환구시보는 “대만의 언론이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며 “범죄와 관련된 것이어서 우리에게 항의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은 최근 케냐의 재정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차관으로 약 6935억원을 제공했습니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와 마찬가지로 케냐는 전통적인 경제지원국이었던 일본이나 프랑스에서 벗어나 점점 더 중국에 의존합니다. 케냐가 누구의 편을 들지는 자명합니다. 대만 외교부 천쥔셴 아시아아프리카국장은 “케냐에 제재할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케냐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방안이 있다”며 말을 흐립니다. 괘씸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대만의 현실입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대만 대신 중국으로 추방… “나라 없나” 서러운 대만인
입력 2016-04-1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