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역풍 잡기 고전… 북풍·엄살작전·대통령 선거개입 논란

입력 2016-04-13 19:12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된 지난달 31일부터 12일 자정까지 여야는 각각 자신의 텃밭에서 일어난 ‘바람’을 잠재우는 데 안간힘을 썼다. ‘북풍(北風) 논란’과 ‘무릎 사죄’, 엄살 작전과 청와대 선거개입 논란 등 총선 때마다 반복된 익숙한 장면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텃밭 강풍’에 무릎 꿇은 친박·친노=여야 심장부에서는 ‘백색 돌풍’과 ‘녹색 바람’이 휘몰아치며 여당과 제1야당을 긴장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세가 매서웠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동을) 류성걸(동갑) 주호영(수성을) 후보는 물론 범야권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수성갑), 무소속 홍의락(북을) 후보까지 높은 지지율로 백색 돌풍을 주도했다. 진박(진실한 친박근혜)계 역풍에 놀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앞 다퉈 텃밭 달래기에 나섰지만 힘에 부쳤다. 결국 새누리당 TK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인 최경환 의원과 대구지역 여당 후보 11명은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무릎을 꿇었다.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의 ‘녹색 바람’에 제1야당의 호남 전패 위기감이 선거운동 내내 증폭됐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주간조사(전국 성인 1005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에서 국민의당의 호남 정당 지지도는 더민주를 13% 포인트나 앞섰다. 결국 친노(친노무현) 진영 수장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조건부 대선 불출마·정계은퇴’ 승부수를 던지며 전면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뒤 나흘간 호남에 머물며 지지율 회복에 주력했다.

◇북풍·대통령 선거개입 논란, 엄살 작전=총선 때마다 반복된 장면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정부가 지난 8일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입국에 이어 사흘 뒤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사실까지 공개하자 야권은 일제히 ‘선거용 북풍 전략’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직후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고 충북과 전북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면서 선거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더민주는 “여당 후보를 찍으라는 노골적인 대국민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이없는 얘기”라며 “대통령 옷이 많지 않다. 봄 같은 날씨에 붉은색 재킷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고 부인했다.

여야는 선거운동 막바지 국면엔 서로 자신에게 불리한 판세를 내놓으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당초 180석까지 내다봤던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과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그러자 더민주는 같은 날 “100석도 어렵다”며 목표치를 더 낮췄다. 이어 서로를 향해 “엄살이 과하다. 쇼를 한다”고 몰아붙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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