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4개大 신학생들, 함께 세월호 2주기 추모예배

입력 2016-04-13 18:15 수정 2016-04-13 21:51
감리교신학대, 장로회신학대, 총신대, 한신대 학생 300여명이 12일 저녁 세월호 2주기 추모예배를 드리기 위해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여 있다. 이들은 십자가와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잊지 않았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잊지 않았다.’

12일 저녁, 300여명의 무리가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서울 광화문 광장을 지나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섰다. 무리는 직접 접은 노란색 종이배를 노란색 스톨이 걸린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는 길바닥에 앉았다.

이들은 감리교신학대, 장로회신학대, 총신대, 한신대 학부 및 신학대학원 학생들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추모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였다. 각 학교 총학생회 또는 동아리에 소속 된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각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가 서로를 알게 됐고 협력을 위해 ‘세월호를 기억하는 신학교 연석회의’를 조직했다. 일부는 지난해 1월부터 매주 주일과 목요일에 안산세월호합동분향소 앞 기독교 예배실에서 열리는 기도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흘끗대는 시선과 수군거림도, 퇴근길 줄 이은 차량의 경적소리도 예배를 방해하지 못했다. “주여, 주 예수여 기억하여 주옵소서.” 떼제 찬양을 부르며 시작된 예배에서는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신속한 선체인양 및 미수습자의 수습,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한 기도가 이어졌다.

예배에는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도 함께했다. 박씨는 “하나님께서 아직 세월호 안에 있는 미수습자 한 명 한 명을 안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며 “부디 세월호 참사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억해주시고 하루 빨리 선체가 인양돼 미수습자들이 수습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설교를 한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정부와 사회, 특히 교회는 여전히 아픈 세월호의 상처를 과거의 기억으로 치부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세월호의 시대에 살고 있는 신학생들은 내몰리고 소외된 자들의 아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온당치 못한 권력과 사회의 부조리에 쓴소리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분열과 반목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모습을 따라가지 말라”며 “추모예배를 위해 신학생들이 교단을 초월해 모인 오늘을 기억하며 서로 손을 잡고 이 땅의 소외되고 지친 이들을 위로하라”고 권면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남기평 목사의 집례에 따라 성찬예식을 갖고 예배를 마쳤다. 한신대 신대원생 오세요(29)씨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가 해결될 때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