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에 올랐다’보다 ‘4등에 그쳤다’는 표현이 익숙하다. 스포츠 대회의 경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라고 소개된다. 수많은 참가자 중 네 번째로 잘했는데 실패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곱씹으니 억울하다. 4등이 뭐 어때서!
성적만이 최고인 세상에 일침을 날리는 영화 ‘4등’이 대형 상업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인 열두 살 소년 준호(유재상)는 수영하는 게 너무 좋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만년 4등이다. 1등에 목을 매는 엄마(이항나)가 성화를 하지만 3등 문턱을 넘기조차 쉽지 않다.
보다 못한 엄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했다. 실력 좋다는 코치를 수소문해 적임자를 찾아냈다. 촉망 받던 전직 수영 천재 광수(박해준)에게 준호의 훈련을 맡겼다. 오매불망 기록 향상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날이 갈수록 아이 몸 곳곳에 멍 자국이 생긴다. 광수가 선수 성적을 올리는 비법이 바로 체벌이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광수가 선수 생활을 접은 직접적 원인은 코치(유재명)의 폭력이었다. 영화 속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제자를 다스리는 광수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이 와중에 “난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하는 엄마의 얼굴에선 광기마저 느껴진다. 준호는 그저 수영이 좋을 뿐인데, 어른들은 무조건 1등이 되라고 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순수한 열정이 씁쓸한 우리 현실을 조롱하는 듯하다.
아역 유재상은 깊은 감정 연기는 물론 어려운 수중 촬영까지 직접 해냈다. 이항나·박해준의 탄탄한 연기력도 빛난다. tvN ‘응답하라 1988’로 친근해진 최무성(준호 아빠 역)과 유재명의 무게감 역시 상당하다.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12번째 인권영화다. 2003년 ‘여섯 개의 시선’부터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아동·청소년 등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다뤘다.
‘해피 엔드’(1999), ‘은교’(2012)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작품은 또 한 번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스포츠 인권, 이대로 괜찮은가.’
정 감독은 “아이와 부모, 학생과 코치가 함께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며 “자신이 ‘맞을 짓’을 했기에 맞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세상에 맞을 짓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영화 리뷰-‘4등’] 4등이 어때서!… 1등주의 향한 일침
입력 2016-04-13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