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머신’ 호날두, 다른 이름은 ‘연습벌레’… 챔스리그 8강 2차전 해트트릭

입력 2016-04-14 04:14
레알 마드리드의 '득점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독일)와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관중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AP뉴시스
“골은 제 DNA 안에 들어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는 호기롭게 말했다.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독일)와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치른 뒤였다. 그는 혼자 세 골을 퍼부어 팀의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1차전 원정에서 0대 2로 패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해트트릭 쇼에 힘입어 1, 2차전 합계 3대 2로 승리하며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호날두는 어떻게 자신에게 ‘득점 DNA’를 이식했을까?

호날두는 16세에 불과했던 2001년 8월 스포르팅(포르투갈) 1군에 입단했다. 2002-2003 시즌 리그 25경기(선발 11회)를 포함해 총 31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곧 유럽 명문구단들이 그에게 눈독을 들였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였다.

맨유는 2003년 8월 6일 스포르팅 홈경기장 개장 기념경기에서 호날두에 반해 버렸다. 스포르팅은 이날 1대 3으로 패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현란한 드리블로 맨유 수비를 농락했고, 압도적인 스피드로 경기를 지배했다. 호날두를 상대해 본 맨유 선수들은 “호날두를 꼭 데려와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속으로 웃고 있었다. 경기 전 이미 맨유와 스포르팅은 1500만 유로(약 196억원)의 이적료에 호날두를 이적시키는 협상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호날두는 맨유에 입단한 2003-2004 시즌 총 40경기에서 6골을 넣는 데 그쳤다. 2004-2005 시즌엔 50경기 9골을 기록했다. 호날두의 득점력은 2006-2007 시즌부터 높아졌다. 주전 공격수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자 퍼거슨 감독이 호날두를 ‘반대 발 윙어’로 기용한 것이다. 오른발잡이인 호날두는 왼쪽 측면에 배치돼 컷인(측면에서 중앙으로 볼을 몰고 들어가는 플레이)으로 골을 쓸어 담았다. 2006-2007 시즌 53경기에서 23골을 넣은 호날두는 2007-2008 시즌엔 49경기에서 42골을 터뜨렸다.

“호날두가 볼을 잡으면 당신은 그저 그가 선수들을 하나씩 제압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맨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윙어로 통하는 라이언 긱스는 호날두의 플레이를 이렇게 칭찬했다.

호날두는 타고난 재능에 노력과 승부욕을 더해 ‘슈퍼 윙어’로 성장했다. 2006-2007 시즌 왼발로 한 골도 못 넣자, 왼발을 단련시켜 2012-2013 시즌엔 왼발로 15골을 터뜨렸다.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웨인 루니(맨유)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호날두는 훈련이 끝나도 남아서 프리킥, 헤딩, 중거리슛을 연습하곤 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남다른 노력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소개했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호날두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185㎝, 80㎏의 건장한 몸은 그저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린 시절 체구가 작았던 그는 정글 같은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끼니마다 남들보다 두 배를 먹었다.

호날두의 승부욕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전 여자친구 이리나 샤크와 수영장에 놀러 갔을 때였다. 누가 더 빨리 목표지점에 도달하는지 내기를 했다. 그가 이겼다. 그는 여자친구에게도 져 줄 마음이 없었다.

이번 시즌 호날두는 경기 외적인 문제로 속을 끓였다. 이적설에 팀 동료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궁지에 몰렸다. 훈련장에서 사인을 부탁하는 팬들을 외면해 비난을 샀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 거주지역을 매입했다고 주장한 사업가를 고소하며 송사에도 휘말렸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그의 득점 행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호날두는 현재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30골, 16골을 넣어 공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련이 닥쳐도 그라운드에만 서면 골 폭풍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킬러. 그가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