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조추첨] 월드컵 가는길, 숙적 이란 넘어라

입력 2016-04-12 21:31 수정 2016-04-13 00:57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 만나게 됐다. 앞으로 1년여 간 중국→중앙아시아→중동을 연결하는 실크로드를 지나야 러시아로 입성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 12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만다린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식에서 이들 5개국과 함께 A조로 편성됐다. 다행히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 갇히진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를 동, 중앙, 서로 나눈 3개 권역의 난적들을 모두 만났다. 고대 중국에서 유럽까지 비단 상인들의 무역통로였던 실크로드가 한국의 월드컵 본선을 향한 마지막 여정에서 재현됐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만큼 상대국 원정경기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경계대상 1호는 단연 이란이다. 일본만큼이나 한국의 오랜 숙적이다. 상대 전적은 9승7무12패. 한국의 열세다. 특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7번의 대결에서 1승4무2패로 밀렸다. 유일한 승리는 1993년 10월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3대 0으로 완승했던 미국월드컵 최종예선이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1대 0 승리를 끝으로 최근 5년 간 3경기에서 모두 졌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2위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들 중 가장 높다.

중앙아시아의 난적 우즈베키스탄과 중국도 무시할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소련(현 러시아)식 축구 스타일을 그대로 전수받아 기계적일 만큼 정확한 포메이션을 구사한다. 중국은 언제나 태클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거친 플레이 스타일로 악명이 높다. 중국의 경우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축구시장을 키우며 신흥 강호 행세를 하고 있다. 32년 간 중국에서 맴돌았던 한국공포증, 공한증(恐韓症)은 2010년 일본 동아시안컵에서 0대 3 패배로 깨졌다. ‘도쿄 대참사’로 기억되는 경기다. 통산 전적에선 우즈베키스탄, 중국에 각각 한 번씩 패했을 만큼 한국의 압도적 우세다.

카타르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이어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하는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자력으로 본선 진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최종예선에서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는 A조의 최약체다. 한국은 1984년 싱가포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0대 1로 패배한 뒤 32년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상대 전적은 3승 2무 1패로 우세다.

B조에선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라크, 태국이 경합한다. 전력상으로는 A조의 한국, 이란, B조의 호주, 일본이 유력한 본선 진출 후보다.

최종예선은 FIFA가 아시아에 배정한 월드컵 본선 진출권 4.5장의 주인을 가리는 라운드다. 오는 9월 1일부터 2017년 9월 5일까지 370일 동안 열린다. 풀 리그로 모두 10경기를 소화한다. 여기서 각조 2위 4개국은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한다. 각조 3위 2개국은 홈 앤드 어웨이로 다시 대결해 아시아 5위를 가린 뒤 북중미 4위와 0.5장의 본선 진출권을 놓고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한국의 첫 상대는 중국이다. 9월 1일 홈경기다. 10월 11일 이란과 4차전 원정경기까지 시리아, 카타르와 먼저 대결한다. 3전 전승을 거둔 상태로 이란을 만나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싸울 수 있다. 마지막 10차전은 2017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다.

조 추첨식에 참석한 울리 슈틸리케(62·독일·사진)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란을 가장 경계했다. 그는 “B조보다는 A조 팀들의 전력이 거의 대등해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이란과 대결하기 전에 어느 정도 승점을 확보해야 한다. 테헤란 원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