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도 고공행진… 무·배추값 하늘 높은 줄 모르네
입력 2016-04-13 04:08
서울 영등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이달 초 반찬용 피클을 만들기 위해 무를 주문하려다 충격을 받았다. 거래처에서 무 한망(10∼11개)에 2만3000원을 불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만 해도 무 한망 가격은 비싸야 1만원이었다. A씨는 “무가 너무 비싸 고추나 오이로 대체해볼까 했는데 더 비싸서 포기하고 주문했다”면서 “4월쯤 되면 채소값이 좀 싸지는데 올해는 답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추·무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봄철 생산량이 나오는 4월이 됐는데도 채소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채소 비축물량 공급을 당분간 더 늘리는 등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배추 도매가격은 10㎏에 1만3357원까지 올랐다. 3월 마지막 주(1만2267원)보다 1000원 넘게 오른 것이다.
무는 더욱 심각하다. 올 초부터 계속된 가격 상승에 정부가 비축물량을 방출했는데도 4월 첫 주 무 도매가격은 18㎏당 1만8522원으로 1주일 만에 2000원 넘게 올랐고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11일 무의 개당 도매가격은 1832원으로 평년(878원)의 배 수준을 뛰어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에 긴급 농산물 수급점검회의를 열어 배추와 무에 대해 각각 정부 비축물량 공급을 하루 100t에서 180t(배추), 150t에서 200t(무)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까지는 가격 안정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월 20일 이후 예상치 못한 한파와 폭설 등으로 채소류 생산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품목의 경우 저장업체가 출하량까지 조절하면서 마지막 가격 상승세가 심해지고 있다.
개별 품목별로는 봄배추가 현재 전남 나주 등 일부 지역에서 출하되고 있으나 오는 20일까지는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충남 등지에서까지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면 하락세가 시작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봄배추 재배면적이 1956㏊로 지난해보다 25%나 늘어나 공급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무 가격 상승세는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봄무가 본격 출하되는 다음달 초반 이후부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늘은 다음달 말부터 가격이 안정될 전망이다. 무와 마늘 역시 생산량과 작황이 모두 좋은 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편 정부는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한육우 가격 안정을 위해 한육우 산지 출하 물량을 앞당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수기인 7∼8월에 출하될 물량을 4∼5월로 앞당겨 출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면서 “이 경우 30∼32개월령 소 2만여 마리가 조기 출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