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옴부즈맨 ‘이해관계자 제외’ 조항 쏙 빼고 운영

입력 2016-04-13 04:00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옴부즈맨 제도를 확대 시행하면서 당초 이해관계자를 제외하는 배척 조항을 운영규칙에 포함했다가 통째로 삭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2년 임기의 금융위 옴부즈맨 7명은 금융규제 개선과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용성 위원장을 비롯해 일부 옴부즈맨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현대카드 등 특정 금융 기업의 등기임원인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해관계자를 제외하는 조항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옴부즈맨이 되기 어려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9일 ‘옴부즈맨 운영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옴부즈맨 자격 조건으로 4조 1항 2호에 “금융 업체 또는 협회의 임직원은 될 수 없다”고 명기했다. 특정 기업 이사가 금융위 옴부즈맨이 되면, 각종 민원 창구로 악용될 수 있어 이를 배척하는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4조 2항에서도 옴부즈맨은 관련 업체의 임직원이어선 안 되고, 교수의 경우 연구용역 수주 등을 해선 안 되며,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이해관계가 얽혀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한 달 뒤 사라졌다. 실제 확정된 운영규칙에선 배척 요건을 “그 밖에 옴부즈맨의 공정한 직무수행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직”이라고만 정했다. 엄격했던 자격 조건을 다 없앤 것이다.

금융위 옴부즈맨 제도는 기업과 소비자 등 현장 목소리를 금융개혁에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위 스스로 “금융법령에 대한 전문지식, 금융 당국 및 업계로부터 독립성을 고려해 외부 추천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들을 “제2단계 금융개혁의 키플레이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현실론을 얘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옴부즈맨이 무보수 명예직인데 외부활동 제한이 너무 엄격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금융 현장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자리여서 규정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이해관계자 배척조항을 빼버리는 사이, 옴부즈맨으로 임명된 이들은 사외이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다시 철회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옴부즈맨 위원장인 장용성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이사장의 경우, 금융계의 큰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감사위원장이다. 셀트리온 제약의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장 위원장은 “금융위 고시로 인해 사외이사직을 사퇴하려 했으나 규정이 최종 변경돼 사퇴를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비은행권 담당 옴부즈맨인 구정한 금융연구원 중소서민금융 소비자보호실장 역시 현대카드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구 실장은 “최종 규정에 (이해관계자) 조항이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같은 옴부즈맨인 윤승한 공인회계사회 감리조사위원장은 지난 3월 한국캐피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직 사퇴 의사를 관철해 대조를 이뤘다.

김지방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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