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미래가 있다, 왜? 젊으니까

입력 2016-04-13 04:01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꿈을 좇는 청년들이 있다. 안정적인 생활보다 꿈을 선택한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젊음’을 무기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24세인 이득기 스티미 대표는 이미 한 번 창업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는 21세 때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수도꼭지를 개발했지만 사업은 곧 실패했다. 발명을 좋아하던 이 대표는 고교 때 학생발명전시회에 참가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대학도 발명특기자전형으로 입학한 그는 학생 때 창업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 대표는 “창업 실패 후 1년 넘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꿈꿔 왔던 창업이라 열정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현실적인 문제를 가볍게 본 게 패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재기를 노리고 있다. 2년간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준비한 그는 지난 1월 융합콘텐츠 업체 스티미를 론칭했다. 스티미는 현재 전동비행기, 골전도이어폰 등 발명교육 기자재를 판매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스마트폰 케이스 출시를 위해 제품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학생들의 스터디 활동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6월 론칭을 앞두고 있다.

조명전문 업체 루미르의 박제환(28) 대표도 꿈을 좇는 창업가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생이던 2014년 초 한 달간 인도를 여행했다. 당시 전력이 부족해 정전이 잦았던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정전 때마다 초를 켜 불편하게 생활했다. 박 대표는 전기가 없어도 실내를 환하게 밝힐 수 있는 LED등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대학에서 창업교육에 참여한 그는 그해 12월 초가 타는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LED등 ‘루미르(Lumir)’를 개발했다. 루미르의 목표는 해외로 뻗어나가는 기업이다. 현재도 수출을 염두에 두고 10여개국의 바이어들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페인트 전문업체 페인트팜의 김학정(33) 대표는 특별한 페인트를 만들었다. 빛 투과율을 조절하는 특정 성분을 첨가한 이 페인트는 유리창에 바르면 빔프로젝터의 영상을 비치게 한다. 명칭은 ‘S-페인트’다. 7년여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해 10월 창업한 그는 이 야심작 수출을 위해 미국 홍콩 베트남 등 각국을 뛰어다니고 있다.

이들 청년 창업가 50여명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 모였다. 무협에서 청년 창업가의 수출을 지원하는 ‘e-노마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무협은 사업 참여 기업에 콘텐츠 번역, 영문 홈페이지 제작, 온라인 파워셀러와의 멘토링 연계 등을 지원한다. 무협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인 트레이드코리아(TradeKorea.com)에 특별 홍보관을 마련하고 제품 홍보와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도 알선해준다.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포부는 남달랐다. 루미르의 이꽃님 마케팅팀 매니저는 “루미르의 슬로건은 세상에 빛을 밝히는 기업”이라며 “제품 단가를 최대한 낮춰 제3국 사람들도 우리 제품을 통해 좀 더 편한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게 루미르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득기 대표는 “나랑 비슷한 스펙을 가진 친구도 삼성전자에 취직했는데 사업을 한다고 하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며 “창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좋고 나쁜 건 6대 4라고 생각한다. 당장 힘들어지더라도 내게는 6이라는 좋은 점이 있다”며 도전 의지를 다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