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막판 제기된 ‘북풍(北風) 논란’에 정부 외교·안보 부처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과 지난해 발생한 정찰총국 소속 북한군 대좌(우리군 대령급)의 한국 망명 공개과정이 ‘비정상적’이어서다. 선거철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북풍 몰이에 외교·안보 부처가 본분을 잃은 채 장단만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북한 정찰총국 소속 인민군 대좌의 한국 망명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12일 해명했다. 문상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유관부처와 협의해 관련 사실을 확인해준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유관부처에 청와대가 포함돼 있는지는 즉답을 피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을 공개했던 통일부 역시 북한군 대좌의 망명을 인정했다. 남북관계와 함께 탈북자의 북한 가족 신변 등을 고려해 탈북 사안을 함구해 왔던 이전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한 대북 소식통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금까지 북한 주민 탈북과 관련에서는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게 정부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집단탈북 및 대좌 망명 공개는 특수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어 이후에는 비공개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민 정책이 정부 편의에 따라 고무줄처럼 자의적으로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원칙에 입각해 일관성 있는 대북전략을 추진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국민 신뢰도만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정부가 ‘오해’를 무릅쓰고 공개한 일련의 ‘북한 이슈’들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북한의 불안정한 내부 상황이 이미 새로운 소식이 아닌 데다 선거를 앞두고 기획된 것이란 인식이 큰 탓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은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인원을 유괴, 납치하기 위해 괴뢰정보원들이 조작한 전대미문의 집단적인 유인납치 행위”라고 밝혔다고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전했다. 담화는 “우리 인원을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엄중한 후과와 특단의 징벌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고 했다.
통일부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귀순은 순전히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의 억지 주장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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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 논란에 곤혹스런 외교·안보부처
입력 2016-04-12 21:14 수정 2016-04-13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