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전날인 12일 국무회의를 통해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독려하면서 우회적으로 ‘총선 심판론’을 다시 한번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 “여기서 무너져선 안 된다” 등 표현을 쓰며 국민에게 ‘일하는 20대 국회’를 위해 투표권을 행사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 언급은 입법마비 사태 등으로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받아온 만큼 20대 국회에서만큼은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사실상의 ‘대국민 메시지’로 풀이된다. 또 야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야당을 겨냥한 ‘심판론’이자 막판 보수층 결집을 위한 호소의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도 많다.
박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 중 상당부분을 19대 국회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지연 통과된 법안과 아예 처리되지 않은 법안들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마음과 몸이 무겁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 국민과 기업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불면서 고향 가는 길을 멈추게 했던 ‘민생 입법촉구 서명운동’은 국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고도 했다. 또 “규제개혁의 장애요인 질문에 전문가의 68%, 국민의 57%가 국회라고 답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가 경제는 멈추면 다시 돌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한번 뒤처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며 “여기서 무너지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져야 하고 국가의 빚은 점점 늘어나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얘기하는 국회가 국민과 기업의 열망을 잘 읽어서 민심을 잘 헤아리고 국민을 위해 성숙하고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개발 의지도 국민의 힘으로 꺾을 수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의 안보 위협 대응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국민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찍으라는 노골적인 대국민 협박이고, 어느 민주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희경 대변인도 “박 대통령이 총선을 하루 앞두고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이 국회에 있는 것처럼 호도한 것은 유감”이라며 “대통령은 총선이 아니라 민생경제 회복 등 국정운영에 전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남혁상 임성수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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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새 국회 탄생해야”… 朴 대통령, 또 총선 심판론 꺼내
입력 2016-04-12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