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여성의 첫 출산이 늦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거비 부담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통념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역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쓴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인구절벽’ 위기를 가져온 한 원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황진영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은 ‘주택가격과 출산의 시기와 수준’ 논문에서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합계출산율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주거비 부담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기 위해 2009∼2013년 16개 시·도의 주택매매가격(집값)과 전셋값, 합계출산율, 평균 초산연령 등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집값과 출산율 사이에 -0.70의 상관계수가 나타났다. 상관계수는 -1부터 1의 범위에서 산출되는데 양쪽 끝(-1과 1)에 가까울수록 서로 미치는 영향력이 강함을 뜻한다. 즉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출산율이 낮다’는 논리가 통계적으로 설득력 있다는 얘기다. 전셋값과 출산율 사이 상관계수도 -0.68을 기록해 높은 전셋값은 출산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주거비가 가장 비싼 서울은 2013년 합계출산율이 0.968명으로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였다. 주거비 부담이 가장 낮은 전남은 출산율(1.518명)이 1위였다. 2013년 서울과 전남의 평균 주택매매가격은 4억5000만원과 8400만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집값과 초산연령 사이 상관계수는 0.77이었다. 주택매매가격이 센 지역일수록 여성들이 늦게 ‘첫아이’를 낳은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의 초산연령은 31.5세인 반면 전남과 충남 등은 29.8세였다.
황 교수는 “주택 가격이 출산의 시기를 늦추고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젊은 무주택 남녀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간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조산아와 저체중아 등 고위험 신생아는 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임신 및 출산 지원 강화를 위한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이 있는 신생아 40만2516명 가운데 4.7%인 1만8871명이 체중 2.5㎏ 이하이거나 임신 37주 전에 태어났다. 2010년에는 이 비율이 3.8%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출산율 높이려면 집값 잡아라… 주거비 부담 클수록 아이 안낳고 초산연령 늦어
입력 2016-04-12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