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항공사의 암묵적인 ‘노선 나눠먹기’ 관행이 깨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 침투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대방 노선에 진출해 맞불을 놓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7월 1일부터 주 7회(매일 1회) 인천∼삿포로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삿포로는 일본 내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국적 항공사 가운데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LCC인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이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발표는 지난 4일 대한항공의 인천∼오키나와 취항 발표 이후 일주일여 만에 나온 것으로 업계에선 ‘삿포로=대한항공, 오키나와=아시아나항공’이라는 암묵적 룰이 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삿포로 노선은 대한항공이 1989년 6월 취항한 후 자회사 진에어가 2011년 7월 취항하기 전까지 독점 노선이었다. 오키나와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1992년 4월 취항을 시작한 후 독점 운영해오다 2012년 12월 진에어가 정기노선을 개설하면서 경쟁 노선으로 바뀌었다. 같은 일본 노선이라도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비즈니스 수요 등이 많아 경쟁체제가 확립됐지만 관광지인 삿포로, 오키나와는 양대 항공사가 경쟁을 꺼리면서 자연스럽게 독점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괌과 사이판 노선 역시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취항했던 사이판에 취항했다가 2003년 9월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이 단독 취항한 괌에 취항했다가 대한항공의 사이판 운항 중단 한 달 만인 2003년 10월 노선을 없앴다. 괌과 사이판은 두 항공사가 직접 상대 노선에 취항하지는 않았지만 계열 LCC를 통해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암묵적 노선 배분 관행이 무너진 것은 LCC의 시장 침투 탓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들이 괌, 오키나와 같은 근거리 국제선에 잇따라 취항하면서 독과점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간 무한 경쟁체제가 확립되면서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 체제가 무너졌고 노선 나눠먹기도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대한항공-아시아나 노선 나눠먹기 깨진다
입력 2016-04-12 20:53 수정 2016-04-12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