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구로구 구로중앙로 구로순복음교회. 1층 세미나실에 들어서자 원탁테이블 6개와 다과, 알록달록한 풍선 장식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어 여성청년 8명과 남성청년 9명이 들어왔다. 다들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4명의 간사들이 이름표와 음료를 건네며 자리를 안내했다.
이날 행사명은 ‘크리스천 가정세우기.’ 지난해 말 김봉준(구로순복음교회) 김용준(도봉순복음교회) 김경문(경기도 부천 순복음중동교회) 목사가 의기투합해 교회 내 신앙이 좋은 청년들을 연결해 주기로 약속한 게 이날 결실을 맺은 것이다. 17명은 모두 성품과 신앙측면에서 담임목사로부터 ‘인증’ 받은 청년들이었는데 부끄러운지 계속 아래만 쳐다봤다.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구로순복음교회 김경원 부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자, 여기 종이가 보이죠. 연도별로 여러분의 삶을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고 점을 찍은 뒤 그래프로 만들어 보세요.”
참석자들은 출생 이후 학창시절과 직장생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시기 등 만족도에 따라 체크했다. 이어 차례로 나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권모(44)씨는 “나이가 많아서 결혼을 80∼90% 포기한 상태인데 목사님의 추천으로 이렇게 나오게 됐다”면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정형편상 취직을 일찍 했다. 지금은 작은 집도 하나 마련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가정을 꾸린 뒤 아이를 낳아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35·여)씨는 “대학 재학시절까지 행복했는데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마음의 고통이 컸다”면서 “인생의 가장 큰 어려움 속에서 나를 찾아오신 주님을 만나게 됐다. 지금은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앞으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면 행복한 감정이 높아질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을 때가 되면 힘들어질 것 같다”고 하자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발표 후 남자 청년 2∼3명이 한 팀을 이뤄 여성 테이블로 찾아가 5분씩 대화를 나눴다. 이날 이모(38·여)씨는 3명의 남자 청년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이씨는 “다른 모임과 달리 신앙이라는 공통점 아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상대방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면서 “다른 교회도 참석자의 연령을 비슷하게 맞춘다면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김봉준 목사는 “많은 청년들이 신앙의 배우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뜻을 같이하는 교회가 젊은이들의 만남을 적극 주선한다면 신앙의 명문 가정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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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에 좋은 미혼자매 있는데…” 3개 교회 합작 ‘오작교’ 놓았네
입력 2016-04-12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