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을 차 태워줬다고 인신매매라니…

입력 2016-04-12 18:21 수정 2016-04-12 18:33
지난해 9월 7일 스웨덴으로 가려는 시리아 난민 수백명이 덴마크의 고속도로에 모여있다. AP뉴시스

‘사회복지 이상향’으로 불리며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주창하는 덴마크가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동 난민에게 노골적인 적대정책을 시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 독일에서 도착한 난민들을 스웨덴 국경 등으로 태워 준 덴마크 국민 수백명이 ‘인신매매’ 혐의로 범법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독일을 거쳐 코펜하겐에서 남서쪽으로 135㎞ 떨어진 로드비 선착장에 도착한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난민 대부분은 스웨덴 같이 난민에게 보다 우호적인 나라로 가려했다. 그러나 덴마크 정부는 대중교통 수단의 제공을 금지했다. 이에 난민 수백명이 걸어서 스웨덴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광경을 TV로 본 리즈 램즈록(70·여)은 본능적으로 승용차를 몰고 가 지칠 대로 지친 두 난민가족을 190㎞ 떨어진 스웨덴 국경까지 태워줬다. 하지만 지난달 램즈록을 비롯한 ‘선한 사마리아인’은 인신매매 혐의로 3350달러(약 338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뿐 아니다. 덴마크 의회는 덴마크에 도착하는 난민 신청자에게 1만 크로네(약 172만원) 이상의 귀중품을 압수하는 법안을 지난 1월 가결했다. 난민에게 압수한 돈으로 난민신청이 처리되는 기간 동안 신청자들의 주거비와 식비를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난민 신청자가 가족과 재결합할 수 있는 최단 기간을 당초 1년에서 3년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인도주의단체 덴마크난민협의회(DRC) 안드레아 캠 사무총장은 “덴마크와 유럽연합(EU)의 바탕이 된 가치를 우리가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