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때 美 입양 후 세계적 화가 된 마이어슨, 내달15일까지 한국서 개인전

입력 2016-04-12 18:43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후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돌아온 진 마이어슨. 학고재 제공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화가 진 마이어슨(44)은 1972년 경기도 인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어릴 적 말도 통하지 않고 혼자 지내다 그림에 취미를 붙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초상화 등을 활용한 작품 ‘대통령 선거’로 유명한 외삼촌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도움을 받았다.

미술을 공부한 그는 2006년 영국의 유명 갤러리 사치에서 ‘회화의 승리’ 전에 참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이 세계 10대 컬렉터인 인도네시아 기업 부디텍과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필라델피아, 첼시미술관에 소장될 정도로 국제적인 작가로 우뚝 섰다.

세계 유수의 전시장에서 초대전을 갖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는 그의 한국 개인전이 13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노 디렉션 홈(No Direction Home)’이라는 제목으로 4m짜리 대작 ‘스테이지다이브(Stagedive)’ 등 11점을 선보인다.

12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팝의 전설 밥 딜런이 2005년 발표한 곡 ‘구르는 돌멩이처럼’의 가사에서 따왔어요. ‘돌아갈 집도 없고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굴러다니는’이라는 가사가 저의 상황이나 작업을 대변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는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작업한다. 잡지, TV, 사진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군중, 자연, 건물의 이미지를 포토숍으로 왜곡 또는 해체시킨 다음 캔버스에 붓질로 옮긴다. 속도감과 움직임을 살린 그림 속 도시풍경은 찌그러지거나 뒤틀리면서도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대표작 ‘스테이지다이브’는 1964년 열린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콘서트를 모티브로 삼았다.

광란의 흥분 상태에 빠진 관람객들은 의자나 속옷을 내던지다 결국 무대로 뛰어들었다. 그러다 스스로 군중 속에 다이빙해 되돌아온 열광의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캔버스 중간에 붓질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둠으로써 조형미를 살린 작품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도 눈길을 끈다. 그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에 “교훈을 주거나 가르치기보다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해석은 자유”라고 답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