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가 제조·판매사 관계자 소환조사라는 마지막 단계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사 대상 핵심 업체가 관련 게시글을 은폐한 의혹 등이 잇따라 나타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영국계 살균제 제조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월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되기 직전 부작용을 호소하는 고객 상품 후기들을 홈페이지에서 무더기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옥시 측이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면 이는 살균제의 위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수사에 대비해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겠다.
삭제된 수백 건은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상품 후기글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등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런 글은 살균제 주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한 2001년부터 계속 제기됐다. 옥시 측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1년 정부 실험 결과 이 제품의 위험성은 공식 확인됐다. 실제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급성 폐질환으로 숨진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 가운데 70%가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옥시 측은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당시 보건 당국 실험을 반박하기 위해 의뢰한 실험 보고서(서울대·호서대)를 조작하고 불리한 보고서(정부 유관기관)는 은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금 검찰은 피해자 전수조사, 유해성 분석에 이어 업체 직접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가습기당번’ 등 4개 업체 제품이 폐 손상을 유발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남은 과제는 독성 위험성을 알고도 제품을 공급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은 옥시 측이 불리한 증거를 왜 없애려 했는지, 살균제 위험성은 언제 인지했는지, 유해성을 은폐한 채 제품을 판매했는지 등을 추궁해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건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피해자들의 한(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다.
[사설] ‘가습기 살균제’ 은폐 의혹 낱낱이 밝혀야
입력 2016-04-12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