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에이전트’가 판치는 세상이다. 눈먼 나랏돈의 부실한 관리 실태를 파악해 어떻게 빼먹으면 되는지 ‘컨설팅’해주는 이들이라고 한다. 어린이집·요양병원 지원금, 직업훈련비, 각종 연구개발비 등 곳곳에서 보조금 빼먹기가 성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지원사업비를 가로채 지난달 기소된 이의 수첩에는 ‘자율적 편성… 돈은 먹는 놈이 임자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특정 사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을 거쳐 지급한다. 2012년 46조원에서 올해 6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지출 예산의 15.6%를 차지하며, 이 돈을 받는 사업은 2453개나 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규모만큼 이를 노리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입건한 보조금 편취사범은 2013년 3344명에서 2014년 5552명으로, 부정수급액은 1670억원에서 311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민일보가 각 정부부처에 보조금 부정수급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더니 ‘최근 5년간 약 2000억원’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검·경이 집계한 부정수급액에도 크게 못 미친다. 보조금이 얼마나 새고 있는지 각 부처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부처는 “집계한 자료가 없다”고 했고, 다른 부처는 감사원에 적발된 것보다도 턱없이 적은 액수를 내놨으며, 또 다른 부처는 “모든 부처가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눈먼 돈임을 정부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화가 나기보다 서글퍼진다. 복지정책을 논할 때면 재원 부족을 얘기하고, 세수가 적다며 세금 걷는 데 그 정성을 들였던 정부 아닌가. 연간 60조원 혈세를 지출하면서 그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조차 갖춰놓지 않았다. 이 지경이라면 보조금 집행 내역과 그에 관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감시하는 눈이라도 늘려야 한다.
[사설] 국고보조금 집행내역 전부 투명하게 공개하라
입력 2016-04-12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