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자체들이 지역브랜드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대기업의 생산라인 이전과 무차별적 업종진출에 맞서 지역특성을 살린 고유상품을 내세우는 추세가 뚜렷하다.
광주광역시는 “삼성전자와 동부대우전자의 20여개 납품업체들이 연내에 각자가 보유한 기술력을 모아 공동브랜드 MIG(Made in Gwangju)를 단 완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연매출 4조8000억원으로 광주 지역총생산(GRDP)의 17.5%를 차지해온 삼성전자 백색가전 라인의 해외이전에 따른 자구책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냉장고·세탁기의 멕시코·베트남 이전을 시작으로 2013년 청소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시에 대형 가전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냉장고 생산라인 이전을 추진 중이다. 동부대우전자 역시 2014년 청소기 등 소형가전에 이어 지난해 냉장고·세탁기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시는 이에 따라 공동브랜드 MIG를 부착한 다기능 의류관리·건조기 등 ‘광주형’ 스마트 에어(Air)가전 완제품을 생산해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부산시는 ‘부산어묵’ 등의 브랜드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지역명을 토대로 한 부산어묵과 기장미역, 기장다시마, 기장멸치젓갈, 구포국수, 금정산성막걸리 등을 ‘지리적 표시 증명표장’으로 등록했다. 증명표장은 제조·생산·가공 상품의 원산지와 품질 등의 특성을 증명하는 일종의 상표권이다.
이로 인해 만약 대기업이 부산어묵이라는 명칭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려면 반드시 부산에 공장을 짓고 영업을 해야 한다. 어묵 전략사업단을 출범한 부산시는 대기업의 어묵사업 진출 이후 지역업체들이 내수시장과 수출 등에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승부수를 던졌다. 부산시는 향후 부산어묵 브랜드를 직접 관리할 방침이다.
경북도는 10년 넘게 중소기업 우수제품 공동브랜드 ‘실라리안’ 육성에 매달리고 있다. Silla(신라)와 ian(사람들)의 합성어인 실라리안은 신라 화랑정신과 끈기 있는 장인정신을 가진 신라인의 후예라는 의미다. 현재 공예품과 생활잡화, 가구, 식품 등 5개 업종 19개 업체의 누적매출이 1183억원에 달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대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엑스코 사후면제점에 ‘신라리안’ 상표를 달고 당당히 단독 매장을 내기도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지자체, 지역브랜드 개발로 대기업과 ‘맞짱’
입력 2016-04-12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