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표로 심판해야 패권·무능정치 바로잡는다

입력 2016-04-12 17:28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밝았다. 4·13총선은 2020년까지 대한민국을 이끌 입법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투표가 갖는 막중함은 그 어느 선거보다 무겁다.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12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투표소에 꼭 들러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엄중한 뜻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여야의 ‘야당 심판론’ ‘정권 심판론’ ‘정치 심판론’에 공감해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도 있을 것이고, 지역구 후보의 공약이 맘에 들어 표를 주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히 심판해야 할 대상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나라경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정당과 후보가 우선 그들이다. 이번처럼 정치권이 개별 기업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경우는 없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1일 안효대 후보(울산동) 지원유세에서 한 ‘울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반대’ 발언은 그가 과연 집권당 대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김 대표는 안 후보가 당선되면 울산을 특별고용지역으로 정하겠다고 했다. 27개월 연속 적자를 내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막겠다는 얘기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선거운동에서 이런 약속을 하는 건 시장경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텃밭을 잡겠다며 일단 던지고 보는 행위도 심판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 공약은 민간기업의 투자에까지 정치권이 개입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의 10대 기업 대구 유치 약속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선거를 이틀 앞두고 대구에 대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냐”며 ‘뻥튀기 공약’으로 규정한 것도 당연하다. 막판에 불거진 북풍(北風) 변수도 유권자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들의 집단 탈북에 대한 정부 발표 시기와 정찰총국 출신 북한군 대좌의 망명이 뒤늦게 알려진 데 대해 다수 국민들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9대 국회를 비판하며 “북한 핵 문제와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 악화 등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즉각 “투표 때 여당을 찍으라는 노골적인 대국민 협박”이라고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열·혼탁 속에서도 선관위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적극 투표층)가 66.6%에 달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같은 조사의 58.1%에서 8.5% 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가장 높았던 1996년 15대 총선 투표율 63.9%에 육박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그간 불평과 푸념만으로는 패권, 무능력, 저질과 막말로 점철된 한국 정치판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절감해 왔다. 이번에야말로 행동으로 옮겨야 할 적기다. 투표를 통해 유권자의 놀라운 힘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