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9장 25∼27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성경의 역사 속에서 ‘종’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를 아버지인 노아가 아들을 저주하는 단어로 네 번이나 사용했습니다.
‘종’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남에게 얽매여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아버지인 노아가 아들인 함에게 “너와 너의 자손들은 남에게 얽매여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저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 ‘종’은 히브리어로 ‘에베드’입니다. 이 단어는 노아의 시대보다 훨씬 이전인 하나님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때 사용됐습니다. 오늘 본문인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란 창세기 2장 15절 말씀에서 다시 한 번 이 단어를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종’이라는 단어를 원래 ‘경작하여 지키는 일을 행하는 자’의 의미로 사용하셨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계급사회의 하층민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신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태초에 만드신 하나님의 사람, 즉 보편적인 하나님의 창조물로서의 인간,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들을 경작하며 지키는 임무를 가진 인간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종’을 사용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타락했고 타인을 지배하기 원하는 인간의 악한 본성에 의해 만들어진 계급사회 속에서 ‘종’이라는 개념은 변질돼 ‘지배계층에 예속돼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자’로서 표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세속화된 세상 속에서 노아는 술에 취해 수치를 드러낸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는커녕 자신의 수치를 가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들을 ‘종’이라는 계급사회에서 가장 낮은 하층민의 자리로 저주하며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종’의 의미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습니까.
지금 교회의 모습은 타락한 우리의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머리 되시고 교회가 그의 몸이 된 곳입니다.
하나님은 그 몸에 계급을 주신 것이 아니라 역할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세 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람에게 사용하신 ‘경작하며 지키는 일을 행하는 자’로서의 ‘종’의 의미를 생각할 때, 우리 교회에서 ‘종’의 모습으로 섬긴다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잘 경작하고 지키는 일을 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교회 내 특정 계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주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골고루 주신 명령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교회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주셨습니다.
우리를 부르신 그 삶의 자리에서 내게 주신 역할들을 ‘종’의 모습으로 온전히 감당하시길 바랍니다.
김태양 목사 (스탠드업 커뮤니티 대표)
◇약력=△1972년 광주 출생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러시아 선교사(1997∼1999) 역임
[오늘의 설교] 우리를 부르신 그 자리에 서자
입력 2016-04-12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