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가 '콘텐츠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가 창출해내는 경제효과가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국가 이미지 제고, 해외 관광객 유치, 기업 매출 증가 등 연관 효과가 상당하다. 인기 드라마 한 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상품'으로서 태후의 가치는 각종 수치로 증명된다. 하지만 '콘텐츠'에만 집중해보면 평가는 다소 달라진다. 허술한 스토리에 대한 지적이 1회부터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간접광고(PPL)도 논란이 되고 있다. "좋은 상품이지만 좋은 드라마인지는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경제효과 3조원 이상? ‘태후’ 벤치마킹 권하는 정부=태후의 경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계산이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2012년 방송돼 중국 등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보다 경제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별그대가 직·간접적으로 거둔 경제효과는 3조원 정도다. 태후의 인기가 별그대보다 높다보니 경제효과도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것이다.
태후의 경제적 가치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서비서관회의에서도 언급됐다. 경제적·문화적 가치 창출과 관광활성화 기여 사례로 꼽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창조경제형 신성장산업”이라고 추켜세웠다. 정부가 드라마 인기에 기대어 ‘창조경제’를 홍보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관심이 지대하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에 따르면 2014년 한류로 인한 문화콘텐츠, 소비재, 관광수출액 추정치는 61억6000만달러(약 7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후가 올해 한류 수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홍삼의 후예? 지나친 PPL로 몰입 방해=태후에 간접광고를 한 자동차, 화장품, 의류, 전자제품, 식료품 등 각종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송혜교 립스틱’은 16만개 이상 팔렸고, 광고 의류와 액세서리 매출도 방송 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 문의는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자동차의 계약률은 방송 전보다 10% 이상 상승하면서 1100억원 정도의 광고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선 반가운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짜증나는 일이다. 한편의 광고방송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PPL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찜기, 홍삼, 카페, 술집, 자동차 주행 장면 등이 몰입을 방해하면서 “드라마를 우습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작진의 항변은 이렇다. “130억원이 들어간 사전제작 드라마다보니 최대한 많은 PPL을 투입해야 했다.” 아무리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이는 데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애초부터 역부족인 상황이었던 셈이다.
◇기승전‘멜로’가 만들어낸 허술함=송중기(유시진 역), 송혜교(강모연 역)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연출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톡톡 튀는 대사와 조연들의 깨알 같은 활약도 잔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큰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개연성이 약하다거나 스토리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인공들은 너무 자주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번번이 간단하게 그 상황에서 벗어난다. 온갖 위험의 끝은 매번 ‘송중기의 달콤한 말’과 ‘송혜교의 예쁜 미소’로 마무리된다. 재난 현장에서 구조에 나선 군인과 의사가 사랑에 빠지는 건 이해가 된다. 그런데 군인과 의사의 연애에 진도를 빼기 위해 재난이 발생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문제다.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개연성은 떨어진다. 극 중 유시진의 히어로급 활약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김원석 작가의 원작은 재난 상황과 휴먼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김은숙 작가의 손을 거치며 가벼운 멜로물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드라마 작가는 “송중기, 송혜교가 나오는 김은숙 표 멜로드라마에 굳이 블록버스터급 재난 현장을 끌어다 쓰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재난이라는 좋은 소재를 멜로로 얼버무린 게 아쉽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한류 르네상스 꽃 피운 ‘홍삼의 후예’
입력 2016-04-12 17:32